세계식량계획이 최근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북한은 외국 구호단체 차량에 북한전역에서 사용가능한 고주파 무선장치를 장착하도록 허용하는 등 일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앤서니 밴버리 아시아지역국장은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식량을 다시 지원하기로 합의하는 양해각서 (LOU, letter of understanding)를 체결했습니다. 식량배급 감시문제를 둘러싼 북한과의 의견마찰로 지난 12월 지원을 중단한지 다섯 달 만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년간 모두 15만 톤의 식량을 북한의 어린이와 임산부 등 190만 명에게 지원하는 사업이 체결 다음날인 1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밴버리 국장은 오는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세계식량계획 이사회 연례총회에 참석해, 그간의 협상과정과 양해각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사회국들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이 이번 양해각서 내용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한다거나, 승인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월말 개최된 집행이사회에서 이 2년간의 사업을 기본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Anthony Banbury: I'll certainly brief the board members on the LOU and negotiations we had in meetings up to its conclusion. But the board will not be voting on it or expressing approval or not...
"HF Radio (고주파 무선장치)" 고주파 무선장치는 라디오 주파수가 3-30 MHz의 high frequency (단파, shortwave)를 사용하며 현재 개발되는 장치중에는 위성처럼 이메일이나 차트, 지도, 음성메세지, 팩스 등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도 있다. 비용이 적게 들고 사용조건이나 환경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출처- Wikipedia and Daminex.com)
벤버리 국장은 일각에서 이번에 체결된 양해각서가 감시요원의 수를 당초 32명에서 10명으로 대폭 줄이는 등 북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정부도 일부사안에 있어서는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첫 번째 변화는 북한측이 고주파 무선장치 (HF radio)를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최근 단독 입수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전역에서 사용가능한 고주파 무선장치를 차량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양해각서는 또 세계식량계획측이 지난 1995년 북한에 심각한 기아문제가 불거진 후 긴급지원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끈질기게 이를 요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식량배분과 감시활동을 벌이기 위해 북한전역을 돌아다녀야하는 요원들이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기타 긴급 상황을 만났을 때, 본부에 신속하게 연락을 취해 도움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밴버리 국장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정부가 10년 만에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준 것은 직원의 안전 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Anthony Banbury: Another very positive development that is in the LOU is that they are allowing us to install high-frequency radio communications in our vehicles. This is a very important step forward in terms of staff security...
또 다른 전향적 변화는 북한정부가 무료로 세계식량계획 측에 사무실을 임대해주기로 합의한 점입니다. 밴버리 국장에 따르면, 그동안 세계식량계획측은 평양 외교거리에 있는 전 불가리아대사관 건물을 임대해, 매달 미화 1만 달러를 불가리아정부에 지불해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이 임대료를 북한 측이 부담해 줄 것을 오랫동안 건의해왔는데, 북한정부가 이번에 같은 거리에 있는 북한 정부건물을 무료로 임대해주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Anthony Banbury: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s just making available to us a very good diplomatic facility in the diplomatic compound and that's the first time they've done that. We've asking for it for a long time. And that's a very positive development.
밴버리 국장은 이 건물은 현재 임대하고 있는 시설보다 규모는 작지만, 위치도 상당히 좋고, 건물구조도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사용되지 않아 재공사가 필요해, 7월이나 8월중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Anthony Banbury: It's a very good location, and a very good structure, but it's been unoccupied for a couple of years and it needs some rehabilitation work. And we hope to occupy it sometime in July or maybe in August.
한편, 밴버리 국장은 지금까지 북측과 합의한 대북 식량지원사업의 이행을 위해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업이 세계식량계획의 과거 대북 지원량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규모인데다가, 미국 이외의 식량공여국들로부터 충분한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국 측의 지원 없이도 사업진행은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