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에서 7년을 숨어살다 <중국의 탈북자 실상>


2005.06.13

중국 길림성의 마반산에 토굴을 파고 7년을 살았던 50대 부부와 딸이 남한 행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 입국 후 탈북자 지원활동가로 변신한 탈북자 출신인 김명철(가명)씨는 최근 중국 연변 지역을 방문했고 중국 내 탈북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토굴에서 숨어 살았던 탈북자 부부의 이야기와 함께 토굴 사진을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그 첫 번째 순서로 김씨가 토굴에 살았던 탈북자 부부를 알게 됐던 배경을 전해드립니다.

산속에 있는 토굴을 찾기도 힘들 텐데 어떻게 알고 사진까지 찍을 수 있었습니까?

제가 이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일했던 경험 덕분입니다. 저는 산속에서도 일하고 도시에서도 일하고 여러 곳에서 일을 했었는데 당시 알았던 지인들을 통해서 산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 갔을 때인 2004년 1월14일엔 찾는 것에 실패를 하고 돌아왔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사람들을 찾으려고, 아는 사람에게 그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옷을 입고 가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사람을 보면 절대 도망을 치지 말라고 당부한 뒤 3일 후 다시 갔었습니다. 그때 노인 내외를 만났습니다.

토굴 장소를 공개할 수 있겠습니까?

공개해도 됩니다. 이 장소가 중국 길림성 왕청현 마반산 서남쪽 한 4KM 정도 지점에 있는 산속에 숨어 사는 겁니다. 민가하고 4KM 떨어진 곳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고 전부 떠났습니까?

예, 저는 절대 탈북자들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가서 이곳을 찍게 된 것은 금년 2월에 이분들이 이미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한국으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곳을 세상에 공개를 해도 여기에서 피해를 볼 탈북자는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제는 공개할 시점이 됐다는 판단에서 제가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땅을 파고 만든 토굴인데요 정확히 몇 분이 이곳에서 몇 년 동안 사신 겁니까?

정확히 두 분이 7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2003년 11월 잡혀갔던 딸이 2004년 6월에 재탈북에 성공해서 함께 와서 살았습니다.

두 분의 나이는 어떻게 되시는지?

남편분이 연세가 59세 부인이 58세입니다. 우리가 한국에서나 다른 세계에서 볼 때 60세 이전의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분들은 적어도 자기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였습니다.

50대 초반에 산속에 들어가서 살기 시작했다는 얘기인데요 왜 산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던가요?

저도 이 분들한테 가서 며칠씩 같이 자고 했지만 이분들도 원래부터 땅속에서 살 것을 계획 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 분들도 중국에 가면 먹을 것이 있겠구나, 중국가면 밥은 얻어먹을 수 있다 굶어 죽지 않는다는 이런 소문을 듣고 중국에 들어 왔는데 아니었던 겁니다. 현실은 냉정한 겁니다.

중국에 들어와서 탈북자라는 이유로 마음 편하게 살 수도 없고 또 그 과정에 중국 공안에 잡히면 강제북송 당하게 되고... 실제 탈북자들은 강제북송이라는 말을 중국에서 죽기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공포심 때문에 더는 중국에서 이렇게 살 수 없구나 하고 이렇게 산을 택하게 됐답니다.

산에서 굴을 파고 7년이란 세월을 어떻게 산겁니까?

이분들의 초기 생활은 마반산 근방에 가서 중국 본토 민족인 한족 ‘로반’ (우리말로 사장이란 뜻)한테 가서 우리가 당신 일을 해 줄테니 좀 도와달라고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족 로반은 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공짜 노동력이니까 산에 있는 막에 가서 개구리, 중국말로는 하마라고 하는데 개구리장(하마탕)을 봐달라고 이렇게 된 것입니다.

산에 있는 개구리 농장 일을 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문득 생각하기에는 산속의 움막에 가서 살면 안전 할 것 같지만 거기도 법이 미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도 그렇게 못살겠구나 하고 산을 넘어가서 이렇게 비밀리에 땅굴을 파고 그곳에서 숨어 살면서 아침을 해먹고, 또 다시 산을 넘어 와서 하마탕에서 일을 하고 다시 산을 넘어가 땅굴에 가서 살고 이렇게 된 거죠.

토굴은 밖에서 보면 식별이 잘 됩니까?

저도 물론 가서 며칠씩 갈 적마다 하루 밤씩 자고 왔지만 밖에서 보면 찾기가 힘듭니다. 식별이 잘 안되게 위장을 해놨기 때문입니다.

위장을 어떤 식으로 해놓은 겁니까?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가랑잎이라든가 나뭇가지 썩어서 꺾어진 것이라든가 어쨌든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잘 어울리게 그래서 움막을 봐도 불룩 올라오게 하지 않고, 산 경사면하고 비슷하게 보이도록 잘 해놨거든요.

이진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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