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 상이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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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군 복무기간에 몸을 다쳐 전역한 영예군인(상이군인)들은 일반주민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백암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일 “요즘 물건값이 턱없이 비싸고 장사도 되지 않아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특히 경제난국으로 국가의 혜택이 줄어들면서 영예군인들이 비참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동네에 두 다리를 잃은 특류영예군인이 있는데 불구가 된 아들한테 시집오겠다는 여성이 없어 년로한 어머니가 아들을 돌보고 있다”며 “작년 여름부터 어머니가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아 이전부터 해오던 남새(채소)장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영예군인은 군 복무기간 사고로 장애인이 되어 제대한 상이군인을 말합니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특류, 1류, 2류, 3류로 나누어지는데 특류는 두 다리를 잃거나 하반신 마비가 되어 전혀 노동을 할 수 없고 평생 타인의 방조를 받아야 하는 중증장애를 의미합니다.

소식통은 “원래 특류영예군인들에게는 평생 나라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해주게 되어있지만, 나라의 경제사정이 안 좋아 약간의 강냉이(옥수수)를 주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공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땔나무도 어머니가 장사를 그만둔 후 한동안은 군에서 지원해주었지만 지금은 그 지원마저 끊긴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애 떠르면 1인 하루 식량으로 강냉이 공급량은 500그램이 조금 못되는데 고기와 식용유 같은 것도 거의 먹지 못하고 결국 500그램 정도로는 하루 3끼를 제대로 먹을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두 다리를 잃은 그 영예군인이 사용하던 삼륜차(휠체어)가 망가져 밖에 다니지 못 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며 “혜산 시장에 가면 중국산 삼륜차를 파는 곳이 있지만 가격이 20∼40만 원씩 하니 돈이 없는 그 집 형편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어랑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중증장애를 가진 특류영예군인 뿐 아니라 경증장애를 가진 영예군인들의 생활형편도 말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과 지방 큰 도시들에 있는 ‘영예군인공장’은 나라에서 중요하게 여기므로 운영이 잘 되고 있지만 작은 시골 군의 영예군인공장은 그렇지 못하다”며 “우리 군의 경우 경증장애를 가진 영예군인들을 다 합하면 70명이 넘고 이들 대부분이 영예군인어구(어로기구)공장에 다니고 있지만 전력부족과 원자재 부족 등으로 이미 가동을 멈춘지 오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은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든, 산에 가서 땔나무를 해다 팔든 그럭저럭 겨우 살아가고 있지만,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영예군인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며 “그러니 일반 주민에 비해 영예군인들의 생활이 더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도 팔다리나 눈을 다쳐 제대하는 영예군인들이 계속 늘고 있는데 당국은 나라의 귀중한 보배인 영예군인들은 잘 돌봐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영예군인들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