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민간연구소 스팀슨센터 산하 북한 전문 연구기관 '38노스'의 나탈리아 슬라브니(Natalia Slavney)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이 기관이 발표한 '북한의 위협: 한미동맹에 대한 장애물과 기회'라는 보고서의 공동저자 중 한명입니다. 그는 보고서에서 한미동맹이 맞닥뜨릴 도전 과제와 앞으로 닥칠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서혜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 먼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위협이 "체커보드(Checkerboard)", 즉 서양 장기와 같은 위협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슬라브니 연구원 :저희는 지난 2021년 이후 (보고서 작성을 위해) 군사 전문가들(Military Working Group)과 여러차례 회의를 가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한의 재래식 능력이 어떻게 발전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평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초반에는 북한의 다양한 능력(capabilities)을 저위험, 중간 위험, 고위험으로 분류했지만, (이러한 분류보다도) 북한의 일부 능력이 다른 능력보다 비대칭적으로 더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보고 이를 북한의 "체커보드" 위협이라 일컫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및 개발이 매우 높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들의 미사일 개발과 설계, 생산 능력, 자원 조달 등 (수준이 저조한) 요소들로 인해 이러한 미사일을 실제로 활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게 된 겁니다.
기자 :그간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되면서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는데 이러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을까요?

슬라브니 연구원 : 축소된 연합 훈련 등으로 인한 준비태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저희는 모든 면에서 "연합된 상태(combinedness)"를 구축할 것을 건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껏 중요시 되지 않았던 다양한 주요 기반시설(통신, 에너지, 사이버 등)과 관련한 훈련을 포함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한미 양국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고 군사 훈련 외에도 한국이 비전투원 후송작전 훈련 등에 대한 민간인 참여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이 북한에 덜 자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많은 의사 소통을 포함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연합된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이 보다 통합된 전선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양한 잠재적 위협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준비태세 약화에 대한 우려 등의) 약점을 보완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변화하는 능력에 한미 동맹 차원에서 어떠한 대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슬라브니 연구원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권고 사항 중 하나는 한미 동맹이 양국의 범정부 차원에서 힘을 합치는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ICBM 또는 이와 유사한 재래식 능력과 같은 고위험 상황만을 다루는 군사 훈련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민간 관련 기반 시설의 저위험 부문, 즉 통신 시스템, 에너지, 사이버 등 국가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모든 사태에 대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러한 공격이 전쟁 또는 평화로운 시기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동맹 결속을 강화할 겁니다. 그 결과, 한미 동맹이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는 확신을 미국과 한국 대중 모두에게 줄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북한의 도발 또는 오판(miscalculation)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 대북정책을 도입해야 하는 한국의 새 정부와 미국 정부가 대중에게 이런 내용을 교육하고, 의회 및 국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해 정책 목표를 공고히 하며 연합된 전선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최근 국제사회는 북한 내 인권 침해 문제를 북한의 핵 문제와 함께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권고사항이 있으신지요?
슬라브니 연구원 : 북한의 인권 문제와 재래식 무기능력 개발 및 비핵화 문제는 뒤얽혀있다(intertwined)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두 사안을 함께 논의하고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권 침해는 북한의 경제 및 핵무기 확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는 정치화됐고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분적 제재 완화 및 인도적 지원과 같은 진정성 있는 지원과 안보 보장을 제안하는 것이 핵 문제와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선의(goodwill)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미 의회에서 비핵화 및 재래식 무기능력 확산 문제를 인권 문제와 함께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또 다른 공식 채널(창구)을 구축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 :곧 태양절을 맞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슬라브니 연구원 : 언론에서는 북한의 재래식∙핵무기 개발이 충격적이라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북한 매체와 담화, 노동당 8차 대회 및 경제발전 5개년 전략 발표를 봤을 때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이미 예고된 겁니다. 그래서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또 북한이 정찰 위성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고 그들이 4월 15일(태양절)에 무언가를 할 것인지 아닌지 토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개발했는지, 왜 개발하는지 압니다. 따라서 그들의 행보는 예측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더 예측가능해야 합니다. 한미 동맹은 철통 같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협상의 측면에서 양국이 단결해 일관된 정책을 발표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한미 동맹의 '연합된 상태'를 강조하고 북한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교육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 전문 연구기관 '38노스'의 나탈리아 슬라브니 연구원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대담엔 서혜준 기자였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