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10개 이하로 줄이는 준비핵화를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통일학술연구단체 샌드연구소가 11일 서울 중구에서 주최한 ‘동북아 전략환경 변화와 한반도 통일의 길’ 국제포럼.
발제에 나선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는 하나의 신기루와 같다”며 “준(準)비핵화라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센터장이 말하는 준비핵화란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전 중간 목표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10개 이하로 줄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10개 이하가 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며 북한의 핵위협, 나아가 핵 확산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완전한 비핵화라는 게 북한의 100%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목표는 아주 장기적으로 추구하고 그 전에 한 80% 정도까지 비핵화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설정하자는 것입니다.
정 센터장은 대통령제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짧은 대통령 임기라는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각각 4년, 5년마다 진행되는데 정부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임기 내 한 단계씩 상황을 진전시키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 준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 이후 북한과 핵감축 협상을 실행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7차 핵실험과 한국의 NPT 탈퇴를 연계하는 1단계, NPT 탈퇴 이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압박하는 2단계, 미국의 암묵적 동의 아래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3단계, 남북 핵감축 협상을 통해 준비핵화를 달성하는 4단계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이 NPT를 탈퇴하면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심각한 안보 위기에 처한 경우 탈퇴하는 것을 권리로 규정하는 NPT 제10조 1항(“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에 따라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빌미로 문제 없이 탈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반대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미국은 국익과 핵 비확산 두 가지가 충돌할 때 국익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핵 무장을 용인했던 선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파키스탄의 핵 무장을 용인했던 선례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자신의 한국 핵무장론은 한반도 핵균형 실현과 핵감축 협상 실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극우의 입장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아주 극단적인 (일부 극우적) 핵무장 주장과 핵균형을 주장하고 핵균형을 토대로 핵감축을 지향하는 핵무장론은 여러분들이 구별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수훈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여전히 ‘외교를 통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방안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수훈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미국은 여전히 외교를 통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고 핵무기를 제거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 핵무장의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있지만 그때에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더 집중할 것이며 한국 핵무장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