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대하고 김정은 칭송해도 남북관계 개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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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한국 정치인들이 해방 이후 미군이 남한을 점령했다는 반미 발언을 내놓고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실용주의자로 매우 솔직하고 강한 결단력의 소유자라고 칭송한 것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사실 왜곡이자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김 총비서의 환심을 사려는 헛된 노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김원웅 광복회장은 지난 5월 한국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전한 영상메시지에서 해방 이후 북한에는 소련군이 들어오고 남한에는 미군이 들어왔는데 소련군은 조선인이 독립과 자유를 되찾은 것을 축하했다고 했는데 미군은 그렇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 지난 30일 알려졌습니다.

김 회장은 미군은 "우리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고 밝혔고, 당시 미 군정이 국방성에 "남한을 식민지로 써야 한다"는 내용의 비공개 보고서를 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절대왕조 군주의 특성과 현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을 겸비한 실용주의자라고 평가했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 앞서 지난달 23일 김정은 총비서는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수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정책분석관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지도자들의 이 말들은 북한의 현실을 장미빛으로 그리려는 헛된 노력이라며 이런 말들을 하면 한국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이 부드러워지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믿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문재인 정부의 이런 발언이나 방식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여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전 분석관은 김원웅 회장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얼버무리는 것(gloss over)이 아니라 완전히 왜곡(gross distortion)하는 것으로 한국인들이 북한에 우호적이고 미국에 적대적이거나 분노하도록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원웅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은 수많은 인명을 희생하며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해방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소련이 당시 한반도 전체를 장악하고 미국이 1950년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방어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전체는 지금 공산주의 독재 하에 있을 겁니다. 그러면 한국도 없고 지금 한국인들이 누리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도 없을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지난 70년동안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권리를 무시하며 그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고통받게 해왔다며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북한주민 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는 잔혹한 독재자임을 보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잘못되고 순진한(naïve)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총비서의 목적은 분명하다며 그것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후원을 종식하며 김정은 총비서의 통치를 전제로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김정은 총비서는 결단력이 있다며 한미동맹을 종식시키고 한국을 고립시켜 자기 방식으로 통일해 한반도를 지배하겠다는 것에 대해 결단력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 김 총비서는 문 대통령과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지 않는 등 과거 약속을 파기한 사례들을 볼 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2018년 4월 체결한 판문점 선언 1조 1항은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과거 합의 중에는 1992년 1월에 채택한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선언에 따르면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며,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했는데 북한은 이 합의를 위반했고 김정은 집권 후 이 합의 위반은 더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김정은과 제가 사업가라면 저는 김정은이 과거 약속들을 잘 지켰는지를 볼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과거를 볼 때 저는 김정은과 사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한국 정치인들의 이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1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