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도 ‘북∙러 무기거래’…새해에도 지속될 듯
2023.12.27
앵커: 올 크리스마스에도 북한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무기 거래를 지속해 온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북∙러 무기거래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크리스마스인 25일 촬영한 북한 나진항 사진.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컨테이너선 ‘앙가라’(ANGARA)호가 화물을 내리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앙가라호는 이후 26일과 27일에는 물품을 싣기 위해 항구에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앙가라호는 앞서 지난 10월, 미 백악관이 ‘북∙러무기’ 거래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한 러시아 선박 중 하나입니다.
당시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군사 장비와 탄약을 1천 개 이상의 컨테이너로 제공했다며, 앙가라호 등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앙가라호의 북한 나진항 방문 역시 북∙러 무기거래와 연관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위성 사진에 포착된 앙가라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에 따르면 앙가라호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위치정보를 송신한 것은 지난 8월 6일 러시아 사할린주의 코르사코프항 인근으로, 이후 행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성 사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 나진항을 드나드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자국 선박을 이용해 북한으로부터 무기와 관련 물자를 받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사용할 탄약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회피하며 북한으로부터 막대한 군사장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통신도 26일 보도를 통해 지난 10월부터 12월 초까지 앙가라호를 비롯한 러시아 선박들이 수차례 북한을 드나들며 컨테이너 수백 개를 실어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국 국가정보원도 북한이 지난 8월부터 러시아에 총 10차례 무기 수송을 해왔으며, 여기에는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operation)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선임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내년에도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북한은 무기 프로그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경화(hard currency)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는 (내년에도) 확실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포탄의 품질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꽤 분명한 것 같다”면서도 “포병 전력이 효과적이기 위해서 엄청난 품질의 포탄을 가질 필요는 없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침투하고 진입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 북한의 포탄 지원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