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회담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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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당국 회담이 개최를 하루 앞두고 11일 무산 됐습니다. 회담에 참석할 수석대표의 '격(格)'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던 남북 당국 회담이 준비 과정에서 벌어진 자존심 싸움 때문에 결국은 결렬됐습니다. 양측 수석대표의 '격(格)'이 서로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았기 때문입니다.

남측은 11일 당국 회담의 수석대표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보내겠다고 북측에 알렸습니다.

북측은 남측이 장관급 인사를 수석대표로 삼지 않은 것에 불만을 나타냈고, 결국은 “북측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북한은 비정상 관행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통보해 오면서 오히려 우리 측에 대해 우리 측이 부당한 주장을 철회하는 조건에서만 당국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남북 양측은 11일 오후 1시께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각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동시에 교환했습니다.

통일부도 북측이 통보한 수석대표의 급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이날 북측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강지영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선정해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또한 북측은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상급”, 그러니까 장관급이라며 주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통일부 관계자는 “조평통 위원장이나 부위원장보다 하위직책인 서기국장을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장관과 같은 급의 인사로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통일부는 이번 회담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오지 않을 상황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차관을 회담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가 회담을 앞두고 자존심 싸움을 하다가 오랜만에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북측이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앞으로의 정국이 험난할 것이라는 데에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남과 북 모두 수석대표의 급을 둘러싼 기싸움에 몰두하다가 결과적으로 앞으로 상호 비난전이 가열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우려됩니다.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기싸움은 이미 지난 9일 열린 실무접촉에서 예고된 바 있습니다. 남측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요구했지만, 북측은 '상급 당국자'를 보내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또한 양측은 당국 회담의 의제를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서로 다른 내용이 담긴 발표문을 내면서 실무 접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