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적대국가’ 개정헌법에 반영 시사
2024.10.17
앵커: 북한 매체는 최근 헌법 개정에서 한국에 대한 ‘적대국가’ 내용이 새로 반영됐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이틀 전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하며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 등에 말미암은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지난 7~8일 제14기 11차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을 개정하면서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내용을 담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다만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것 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또 다른 지시가 개정 헌법에 반영됐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올해 초 김정은 총비서는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한편 ‘통일’, ‘화해’, ‘동족’ 개념 및 ‘민족대단결’, ‘평화통일’ 등의 표현을 삭제하며, 영토 조항을 신설할 것 등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헌법을 개정한 이후 전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북한이 개정 헌법에 한국 ‘제1 적대국’ 규정, ‘통일’ 개념 삭제, 영토 조항 신설 등 김 총비서의 지시를 반영했지만, 대내외적 파급력을 생각해 필요할 때마다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입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김 총비서의 지시가 북한 헌법의 서문에 포괄적으로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제1 적대국’ 규정, ‘통일’ 개념 삭제 등의 내용은 북한 헌법 체계를 살펴봤을 때 조항으로 들어가기가 다소 애매하다”며 “각 내용을 순화하거나 완곡하게 표현해 서문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개정 헌법에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이, 자연스럽게 ‘통일’ 개념 및 ‘민족대단결’ 등 표현 삭제의 정황으로 연결되는지 여부에 대해 또다른 전문가들은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 ‘제1 적대국’ 규정과 ‘통일’ 개념 등 삭제는 다른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제1 적대국’ 규정과 달리, ‘통일’, ‘민족’ 개념 삭제 등은 선대였던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민족’ 개념 등이 삭제됐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적대적 국가’ 관계는 현재로 봤을 때는 헌법 개정한 것이 분명하지만 그러나 아직 ‘민족’, ‘통일’ 개념 삭제 부분은 좀 더 두고봐야 되겠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반면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했다면 ‘통일’, ‘민족’ 개념 등은 삭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며 이 같은 내용이 함께 개정 헌법에 반영되었을 가능성 쪽에 조심스럽게 무게를 실었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통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적대국가이고 같은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통일을 안 한다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봤을 때는 함께 손을 봤을 것이라는 거죠. 만약 개헌을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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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영토 조항’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이 이번 개정 헌법에 포함되었더라도, 모호한 수준으로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영토 조항이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서문에 포괄적으로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헌법이 개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헌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며 ‘영토 조항’ 신설과 관련해 고민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남북 간 영토를 경계 지으며 ‘영토 조항’을 만드는 순간, 기존 정전협정의 효력을 무의미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미국, 유엔사는 물론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 중 하나였던 중국도 용인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고 “대만 관계를 ‘1민족 1국가’로 바라보는 중국에게는 남북 ‘2민족 2국가’를 지향하는 북한의 행위가 나쁜 선례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이런 것들을 인식하게 되니까 영토 조항 신설을 아예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약간 포괄적으로, 예를 들면 서문에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영토 완정을 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담은 문구가 들어갈 수는 있겠죠.
조한범 석좌연구위원도 “북한이 ‘영토’에 대해 명백하게 규정을 내리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헌법에 반영한다면 애매하게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고, 정대진 교수도 “헌법에서 ‘영토’ 문제는 한국의 헌법처럼 추상적으로만 다루고, 추후 헌법 아래의 법규 차원에서 (서해 경계선 등) 보다 구체적인 문제를 건드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개정 헌법에 영토 조항이 신설되었을지 여부 등과 관련해 “예단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