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순항미사일 발사에 “도발 강도 예상보다 높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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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전문가들은 지난 22일 북한의 22일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예상보다 도발 강도가 높지 않다며 북한 측에도 도발 딜레마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22일 새벽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습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20일 담화를 통해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의 부산 기항이 북한이 정한 ‘핵무기 사용 조건’을 충족한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도발입니다.

앞서 북한은 켄터키가 부산에 머물던 1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ㆍ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을 쐈으며 12일에는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8형을 시험발사한 바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22일 순항미사일 발사는 한미의 핵협의그룹(NCGㆍNuclear Consultative Group) 회의 개최와 미국 전략핵잠수함 기항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순항미사일은 둘 다 핵탄두의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미사일들의 발사 의도는) 결국 한미에 대해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 선임연구위원은 “대응 강도가 예상보다 높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핵협의그룹 회의는 한미동맹이 핵 기반의 동맹으로 전환하는 매우 파괴력이 큰 행사였으며 미 전략핵잠수함 부산 기항은 실제 핵무기가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도 아닌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상당히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수백대 항공기, 속초 앞바다 미사일 발사 등 집중적인 도발을 했지만 이러한 도발이 결국 워싱턴 선언을 불러왔다”며 “고강도의 전략 도발을 하면 한미가 더욱 압도적인 대응에 나서는 ‘도발 딜레마’가 북한에게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내부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이유도 핵협의그룹 회의 개최, 미 전략핵잠수함 기항에 대한 대응으로 보기에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강도는 예상보다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북한도 도발 딜레마가 있고 또 도발 피로도가 있습니다. 자칫 고강도의 전략 도발을 하면 한미가 더 압도적인 대응을 할 수 있고 이것은 북한의 부담이 되거든요.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22일 순항미사일 발사는 20일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밝힌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배치가 자신들의 핵 사용조건에 해당한다는 협박과 관련해 유사시 실제 핵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대내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는 “순항미사일 발사 자체가 선전에 활용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엄청난 파괴력 등을 보여주기도 굉장히 좀 애매하고 순항미사일로서 정밀하게 타격했다는 부분들을 강조하는 것도 좀 쉽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순항미사일 발사 자체가 사실은 뉴스로서의 가치, 선전 성공에 활용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으로 일단 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미국의 핵추진잠수함(SSN) 아나폴리스는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했습니다.

한국 해군은 “이번 입항은 작전임무 중 군수 적재를 위한 목적”이며 “한미 해군은 아나폴리스 입항을 계기로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핵추진잠수함의 한반도 전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 2월 스프링필드(SSN) 부산 전개 이후 약 5개월 만이며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가 부산 기지를 떠난 지 사흘만입니다.

핵추진잠수함(SSN)은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하지만 비핵무기를 주무장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략핵잠수함(SSBN)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날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한 핵추진잠수함(SSN) 아나폴리스는 지난해 9월 동해 공해상에서 진행된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에 참가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의 제주 해군기지 공개 입항과 관련해 양욱 연구위원은 “이렇게 빈번하게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향후에도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진 배치는 더욱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22일 발사한) 순항미사일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며 “이에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기 제한된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