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0년 첫 방북 후, 24년이 지나 북한을 다시 찾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서 당시와 달라진 점을 서혜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는 19일 새벽 2시께 북한 평양에 도착해 순안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환영을 받으며 두차례 포옹을 나누는 등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18일 저녁으로 예정됐던 푸틴 대통령의 도착 시간이 늦어지면서 그가 평양에 체류하는 시간은 11시간 가량으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2000년 7월 19일과 20일 방북 일정 때와 비슷했습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실제 체류 시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두 사람이 꽉 찬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단독으로 만나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예정된 행사를 마친 양국 정상은 확대 정상회담과 단독회담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했는데, 특히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차담회를 갖고 산책을 하며 비공식 회담을 가졌습니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비공식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이들의 ‘산책 밀담’이 눈길을 끕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시작으로,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이듬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때도 산책 회담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지 W. 부시연구소(George W. Bush Institute)의 글로벌 정책 담당 부서의 이고르 크레스틴(Igor Khrestin) 전무 이사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무기를 공급해줄 북한이 필요하고, 북한은 러시아의 로켓과 우주 기술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양국이 어떤 협력관계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이고르 크레스틴 ] 러시아는 현재 북한을 선택적인 파트너가 아닌 필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러시아는 세계 무대에서 상당히 고립돼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여전히 미국과 국제적 압박으로 인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이 2000년 방북한 후에도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지지했고 이러한 조치들에 적극 참여했다면, 이번 회담 후에는 이전과 달리 양국이 전략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이고르 크레스틴 ]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영토 내 공습을 허용했기 때문에 러시아도 동맹국과 똑같은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 북한은 별로 잃을 것이 없어요 . 북한은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고 러시아가 그들의 생명줄이니까요 .
미국의 스팀슨 센터 산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이민영 연구원은 19일 RFA에 “지난 2000년 방북과 달리 이번에 가장 두드러진 점은, 북한이 러시아가 구축하려는 새로운 세계 질서 노력에 자신이 동등한 파트너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00년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냉전 종식 이후 북한 지도자와 러시아 대통령의 첫 만남으로, 양국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협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만남은 양국 관계가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는 겁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연방우주공사사장, 철도공사사장, 에너지 부총리, 천연자원부 장관 등 인사들이 (방북단에 포함된 것이) 2000년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