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학생체육대회서 ‘핵미사일로 적 공격’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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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교육절(9.5)을 맞아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체육대회를 조직했습니다. 올해에는 목재 모형 핵미사일로 적을 공격하는 경기가 등장해 교사들과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9월 5일은 한국에서 기념하는 ‘스승의 날’처럼 북한 교사들의 명절인 ‘교육절’입니다. 김일성이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를 발표한 날(1977.9.5)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북한 교사들은 제자의 감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당과 수령에 감사를 드리며 학생들과 함께 체육대회 행사 등에 참가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오늘 신의주에서는 교육절을 기념해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체육대회가 진행됐다”며 “코로나 후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정문고급중학교 체육대회는 오전 10시 시작됐다”며 “오후 4시에 끝난 체육대회는 학급별 철조망 장애물 뛰어넘기, 또 적의 고지를 탈환하거나 전시에 부상병을 업고 달리기 등의 경기종목으로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북한은 교육절이 다가오면 학생들의 체육대회를 조직하지만, 체육대회 경기 종목은 100미터 달리기, 공 안고 달리기, 밧줄 당기기, 손님찾기 등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학생들의 계급관을 높인다며 전쟁훈련 분위기로 경기를 조직하라는 교육 당국의 지시로 학급마다 나무로 만든 핵미사일로 적국을 날려버리거나 적을 죽이는 등 전쟁훈련 종목 등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경기는 두개 학급이 팀으로 나뉘어 출발선에서 학생이 핵미사일 모형을 쥐고 수 십 미터 앞에 있는 미국이나 한국을 그린 화판 표적물에 뛰어가 핵미사일로 그 표적물을 넘어뜨리거나 찌르고, 빠르게 출발선으로 돌아와 다음 학생에게 계주봉을 넘겨주듯 핵미사일 모형을 넘겨주면 넘겨받은 학생이 또 다시 달려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핵미사일로 누가 더 빨리 적을 죽이는가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우되는 모습에 교원(교사)들 속에서는 학생들에게 사람을 죽이는 교육을 체육경기로 배워준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도 6일 “은산군에서도 코로나 후 처음으로 교육절 기념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체육대회가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 체육대회는 전쟁훈련 종목이 많았다”며 “그 중 미국과 남조선을 그린 커다란 화판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학생들이 핵미사일 모형을 번갈아 쥐고 뛰어가 적을 마구 찌르는 경기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경기를 지켜보는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어린 학생들의 체육경기까지 핵과 미사일이 등장해야 하냐며 살상무기로 사람을 죽이는 체육경기가 학생들의 인성을 망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체육경기에 등장한 핵미사일 표본 목재와 칠감 등이 학생들의 세부담 과제로 부과된 것도 주민들의 불만 요인이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