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김정은 형 유학 스위스 국제학교서 북 인권유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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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친형이 스위스 유학시절 다니던 학교에 탈북민이 방문해 재학생들에게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에 관해 알렸습니다. 자세한 내용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 작가 한송미 씨가 지난 15일 김정은 총비서의 혈육이 과거 유학했던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는 김 총비서의 형인 김정철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박 철이라는 예명으로 유학한 학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씨는 이날 약 60명의 재학생 앞에서 자신의 탈북 이야기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그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탈북 이야기를 매우 진지한 태도로,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듯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한송미 : (반응이) 엄청 뜨거웠어요. 강의를 다 끝냈을 때, 친구들이 반짝반짝한 눈으로 질문을 하는데 너무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더 남달랐던 게, 김정은의 형 김정철이 다녔던 학교기 때문에 처음에는 겁을 먹었거든요. 괜히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한 씨의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줄을 서서 한 씨의 책에 싸인을 받았고, 북한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송미 : 옷차림에 대해서도 (정권이) 어떻게 컨트롤을 하냐, 북한에는 종교적인 자유, 언어의 자유가 있는지. 선거할 때 (투표의) 자유도 있는지 이런 것도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북한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대답해주고.)

한 씨는 특히 북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던 학생들이 “정말 감명깊게 들었다", “쉽게 듣기 힘든 이런 이야기를 전해줘서 감사하다”라며 큰 호응을 보인 점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학생들이 김 총비서의 형이 이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은 알지 못 하는 듯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번 베른 국제학교 방문을 주선한 건 한 씨를 비롯한 탈북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한국의 민간단체,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네셔널(FSI) 입니다.

이 단체의 케이시 라티그, 이은구 공동대표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의도적으로 김 총비서의 형이 다닌 학교에 연락을 해 한 씨의 강연을 계획했다고 밝혔습니다.

라티그 공동대표 : 학생들이 김 (총비서)의 형제가 이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을 아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김씨 일가와 같은 북한의 엘리트 계급이 다녔던 학교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들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북한의 엘리트 계급이 아닌, 송미와 같은 사람이 북한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도 학생들에게 전한다면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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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미 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 학생들./사진제공: 케이스 라티그 FSI 공동대표

한 씨는 강연이 끝난 후 베른 국제학교의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뛰노는 학생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송미 : 아이들이 엄청 자유로웠어요. 얼굴에 행복이, 웃음이 진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했던 게, 북한의 아이들도 이런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한 씨는 지난 3월에 미 의회 행사에 초청을 받아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연설했고, 이어 뉴욕 유엔 북한대표부 앞에서 북한 정권을 규탄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는 이런 활동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에게 잊혀지기 전에 계속 반복해서 북한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송미 씨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기자 자민 앤더슨,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