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열병식에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외교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중점을 둔 행사였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아내 리설주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는 김주애, 리설주 모두 참석했는데 이번 열병식에는 불참한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번 열병식은 외교에 방점을 둔 대외적 행사였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군복도 입지 않았고 가족이 출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외국 방문단이 오지 않을 때 열병식은 소위 백두혈통 왕조 체제의 내부 행사였기 때문에 가족이 총출동하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번에는 외교에 방점이 있었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군복도 안 입었거든요. 외교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가족이 출동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특히 중국ㆍ러시아와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외국 방문단이 온 상황에서 김주애가 등장해 초점이 흐려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좌우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리한 바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러시아의 국방장관, 중국의 부위원장들이 왔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면 안 되거든요. 외빈들이 왔는데 아이한테 관심이 있어보이면 행사에 무게가 실리지 않죠.
이번 열병식에서 기병대가 행진할 때 김정은 총비서의 백마 뒤에 김주애의 백마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주애 후계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관영매체가 ‘기병대의 선두에서 온 세상이 다 아는 2필의 혁명 군마가 경쾌한 발굽 소리를 울리고 있다’고 묘사하고 김주애를 충분히 암시했다”며 “후계자로 암시하는 여러 정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주애 후계자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인 남 원장은 “김주애 백마 등장은 열병식 퍼레이드의 소품 중 하나이며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북한 사회에서 김주애 후계자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김주애 후계자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고 있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2월 열병식에서도 그랬듯 백두혈통에 의해 4대세습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발견된다”며 “그것이 반드시 김주애일지, 다른 자식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열병식에 대표로 연설에 나선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남조선’, ‘남측’이라고 불렀는데 지난달 10일 김여정 담화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공식 사용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박 교수는 “더이상 민족이라기보다는 미국과 같이 적대시할 수 있는 국가라는 의미, (관영매체를 통해) 겹화살괄호(<< >>)를 사용하며 ‘소위 대한민국’이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의미,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번 열병식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공개가 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적대적 관계에서의 2국가 체제로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이전까지만 해도 김여정 담화는 북한 주민한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대외에만 공개가 됐는데 이번 열병식은 북한 주민들한테도 다 공개가 된 것이니까 이것은 이제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적 관계에서의 2국가 체제로 간다라고 하는 게 맞겠죠.
다만 조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북한이 겹화살괄호(<< >>) 없이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다”며 2국가 체제를 지향하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고 “만약 (자신들만이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한국을 다른 ‘나라’로 취급할 경우 북한의 역사적 정통성, 김정은 정권 자체의 정당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 원장은 “대외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때는 2국가 체제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내적인 메시지를 보낼 때는 이전처럼 ‘남조선’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