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통일방안’ 수정 전 사회적 합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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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윤석열 한국 정부는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습니다. 통일연구원(KINU) 조사 결과, 한국 전문가들은 실제 기존 통일방안을 수정하기 전 국민과의 소통, 국회에서의 논의 등 사회적 합의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5일 3대 통일 비전, 3대 통일 추진전략, 7대 통일 추진방안으로 짜여진 통일 독트린을 제시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기존 공식 통일방안은 1994년 발표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화해와 협력’, ‘남북 연합’, ‘통일국가 완성’ 등 3단계 통일과정과 ‘자주, 평화, 민주’ 3대 원칙 등을 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8.15 통일 독트린이 기존 통일방안을 계승하며 현실에 맞게 보완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 수정이라는 지적 등을 제기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은 12일 발표한 ‘신 한반도 통일대계: 전문가 인식조사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현재 통일방안의 수정 필요성, 바람직한 수정 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를 담았습니다.

조사 결과, 많은 전문가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라는 통일방안의 명칭, ‘자주’의 원칙, 통일과정 중 ‘남북연합’ 단계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통일방안의 명칭에 대해서는 조사에 응한 전문가의 53%가 수정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자주’의 원칙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는 44%, 통일과정 중 ‘남북연합’ 단계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는 51%였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통일방안 명칭에 대한 전문가들의 수정 의견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민족주의 통일관’이 점차 호소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방안 세 원칙 중 ‘자주’에 대한 수정 의견이 많은 배경과 관련해서도 ‘민족 자주’ 개념이 세계화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세 단계 통일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는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화해 협력’과 ‘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을 달성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이 강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동시에 전문가들은 실제로 통일방안을 수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는데, 통일방안을 수정하기 앞서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여론 수렴(50명 중 17명), 여야를 망라한 국회에서의 초당적인 협력(50명 중 12명)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바라봤고,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의견은 소수(1명)에 그쳤습니다.

이밖에 전문가들의 40%는 ‘통일방안’과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독립적으로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고, 34%는 비핵화를 ‘화해 협력’ 단계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비핵화 프로세스’를 ‘통일방안’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16%)과 ‘비핵화 프로세스’를 ‘화해 협력’ 단계의 전 단계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10%)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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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3 글로벌 통일대화'에서 '자유, 평화, 번영의 한반도: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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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의 정책적 함의에 대해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통일방안을 전폭적으로 수정하기보다는 가치와 원칙, 비전 등을 계승 및 유지하며 정부별 개성이 담긴 대북정책을 입안해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은 각각 비전과 방안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통일환경 변화에 따라 실행 가능한 정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전은 유지하되 정책 요소를 선별적으로 수정하는 접근이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의 조사 대상 전문가들은 대학 기관 종사자 25명, 연구기관 종사자 22명, 전직 고위급 공무원 2명 등 총 50명입니다.

보고서 연구책임자는 박주화 연구위원이며, 정성윤 선임연구위원, 김민성 부연구위원, 백승준 부연구위원, 정유석 부연구위원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습니다.

한국 사회 , '통일 공감'·'북한 문제 관심' 감소 추세

한편 한국 사회에서는 통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년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로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 국민들 사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하는 비율 역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통일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 2024’ 결과에 따르면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5%에 그쳤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