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 ‘전술핵 한국 재배치’ 주장에 국방부 “유연한 핵전력 배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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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국방부는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지역 핵분쟁 억제에 적합한 유연한 핵전력을 계속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

위커 의원은 지난 15일 미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냉전 종식은 미국의 인도ˑ태평양 지역 내 핵무기 배치를 바꿨다면서 1991년 한반도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당시 미국은 한국에서 전술핵을 제거하면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한반도와 태평양의 안보상황은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핵 전진배치를 재고해야 할 때"라면서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가능성을 암시했습니다.

그는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토식 핵공유'는 핵 작전기획과 의사결정은 미국이 담당하고, 동맹국들은 핵무기 배치 시설을 제공하고 투발 임무 일부를 담당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나토 5개 회원국(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도 지난 15일 상원 외교위원회의 군축ˑ억지력 청문회에서 "아시아에서 확장억제가 특별히 취약하다"며 "미국이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시 의원은 "동아시아 동맹국들은 중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수백 개의 다양한 핵무기를 실전 배치 중인 북한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억제력을 강화하고 동맹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핵무기를 동아시아 지역에 재배치하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시 의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동맹국을 안심시킬 목적으로 핵무기를 (동아시아) 전역에 재배치하는 옵션(선택지)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논의하는 것은 금기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적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전술핵 한국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나토식 핵공유 협정 체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사안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변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과 동반자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안보공약은 변함이 없다"며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략폭격기, 재래식 및 핵무기 탑재 모두가 가능한 전투기, 핵무기를 전진배치하는 능력을 포함해 지역 핵분쟁을 억제하는데 적합한 유연한 핵 전력을 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The United States will continue to field flexible nuclear forces suited to deterring regional nuclear conflict, including the capability to forward deploy strategic bombers, dual-capable fighter aircraft, and nuclear weapons to the Indo-Pacific region)

또한 "우리는 동맹국 및 동반자 국가와 협력하여 강압과 공격을 억제하고 필요한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개념, 배치, 훈련 및 맞춤형 옵션(선택지)의 효과적인 조합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접근 방식의 기본은 지역 내 확장 억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이라며 한 예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사이의 2023년 '워싱턴 선언'은 한미 대화를 강화하기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워싱턴 선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이고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의 완전한 신뢰 및 미국 핵 억제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에 대한 인식을 재차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지역적 도전에 대응하고 한반도, 인도 태평양 및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유형의 협력을 계속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 조정관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 국방부 대변인의 이 대답은 현재로선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와 핵 공유 협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반대한다고 명백히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미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고 나토식 핵공유협정을 한국과 협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하지만 이 사안은 향후 한미 핵협의그룹에서 커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의 잠재적인 행동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 미국은 단지 200개의 전술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100개는 유럽에 있고 100개는 미국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 국방부는 미국에 있는 100개의 전술핵무기를 위기 대비용으로 보유하고 있어 평화시에는 세계 다른 곳에 배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전술핵무기가 테러분자나 적들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고도의 보안장치가 필요한 보관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보관시설이 없고, 한국에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될 경우 북한의 선제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런 까닭에 현재로선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할 계획인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위기시 그리고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보관할 적당한 시설이 지어진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