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피격 사망’ 유가족 “국제 공조로 진상 규명해야”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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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raejin.jpg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의 유가족이 진상 규명과 시신 수습 등을 위해 국제적인 공조를 통한 객관적이고 공정성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9일 서울에서 기자설명회를 가진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 피해자의 형 55살 이래진 씨.

이 씨는 외신을 대상으로 한 이날 설명회에서 진상 규명과 시신 수습 등을 위해 남북 뿐 아니라 국제 공조를 통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래진 씨(‘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 유가족): 국제 공조 조사단, 공동 시신 수습, 당국의 월북 몰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 남북 평화 노력 그리고 정보 공유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는 외신 기자설명회를 연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미국 측의 감청 정보 등이 있다면 한미 정보당국이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밝혀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한국 정부와 군, 경찰 그리고 북한 군이 합동으로 만들어낸 살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이 씨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동생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분노와 용서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지만 남북 평화가 반드시 선행되고 자유와 질서가 확립돼 고통스러운 동생의 죽음이 자랑스러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망한 동생을 구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구조 활동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이 씨는 동생이 실종돼 30여 시간 동안 해상에서 표류했지만 한국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마지막 6시간 동안에도 구조를 위한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현재 시신 수습에 투입된 헬기 등의 자원이 사건 발생 초기에 지원됐다면 동생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망한 한국 국민의 시신을 찾기 위한 한국 군과 해양경찰의 수색은 이날로 9일째 이어졌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날 북한 측이 사망자 시신을 수색하고 있는 한국 군과 해경을 향해 경계선을 침범했다며 90여 차례에 걸쳐 경고방송을 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일부 지역에서 함정 간 통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현재까지는 일부 지역에서 함정 간의 통신이 있었던 사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의도에 대해서는 좀 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그러면서 아직까지 남북 군 통신선 복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번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남북이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북측에 군 통신선 복구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해양경찰은 기자설명회를 열고 사망한 한국 국민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습니다.

해경은 사망한 한국 국민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어업지도선에서 단순히 실족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습니다.

또 실종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와 조석 등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발견된 지점이 인위적인 노력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위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도박으로 진 23만 달러 정도를 비롯해 약 28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지만 단순히 채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피해자의 형인 이래진 씨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사건 이틀 전까지 동생과 통화했지만 월북의 징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피해자가 빚을 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월북한 것이라면 한국 국민의 상당수가 월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습니다.

사망한 한국 국민의 시신 훼손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시신 훼손을 부정한 북한 측의 설명과 달리 현재까지 ‘총격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기존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이날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 관련 진상조사 전담팀(TF) 기자설명회를 열고 ‘사망한 한국 국민의 시신을 불태운 일이 없다’는 것을 비롯한 북한 전통문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격과 시신 소각이 최소한 북측 해군사령부 지시 하에 일어난 일로 봐야 한다며, 바다와 선박 소음에도 불구하고 80m 거리에서 신원을 파악했다는 전통문 내용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야간에 파도가 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이 발표한 40~50m보다 훨씬 근접한 거리에서 총격이 이뤄졌을 것이고, 소각이 40분 동안 이뤄졌다는 한국 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부유물 뿐 아니라 시신까지 불태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피해자가 실종돼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 23일 의료물자 대북 반출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오후 승인은 당시 피격 사실을 알지 못했던 담당 공무원에 의해 이뤄졌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해당 승인 건을 인지한 시점은 24일 오후로, 피격 사실을 인지하고도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현재 6개 단체에 대한 물자 반출 절차 중단을 통보한 상태입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후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을 지난 22일 오후 최초로 발견했고 같은 날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 군이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해당 사건을 북한 측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사과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강하게 요구해 왔고, 북한 측은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한국 측에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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