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로 북 석탄·철광석 산업 치명적 타격”
2019.12.31
앵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인한 수출 봉쇄로 북한 내 석탄과 철광석 산업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로 수출길이 막힌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국제사회의 이 같은 조치로 북한의 석탄, 철광석 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1일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KDI, 즉 한국개발연구원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에 실린 ‘대북제재의 중장기 효과’라는 글을 통해 수출 제재로 북한의 내수 기업들이 이들 광물을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됐지만 그에 따른 생산량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일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회의): 수출 제재가 북한의 내수용 석탄, 철광석 생산에도 상당히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임수호 북한연구실장은 다른 제재 품목인 의류나 수산물의 경우 수출하지 못한 물량을 북한 내에서 소화하고 있지만 석탄이나 철광석은 북한 내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수출 감소에 따른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제재 이전 외화벌이를 위해 석탄 가운데 점점 더 많은 물량을 수출로 돌려왔고, 지난 2016년엔 전체 석탄 생산량에서 수출 비중이 72%에 달했습니다.
생산량도 이에 맞춰 늘렸지만 급격한 수출량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고, 생산량에서 수출량을 뺀 북한 내 공급량은 지난 2011년 1천450만 톤에서 2016년 870만 톤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가 시작되면서 2천만 톤 넘게 이뤄졌던 석탄 수출이 지난해에는 전면 금지됐고 이에 따라 북한 내 공급량은 1천870만 톤까지 늘었습니다.
임 북한연구실장은 “전력생산과 제철 등 석탄의 북한 내 수요와 관련해서 본다면 수출제재는 오히려 산업생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석탄 공급이 늘어도 발전설비가 부족하거나 노후하면 전력생산이 그에 비례해 늘어날 수 없고 실제로 북한 발전량의 증가 속도도 극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임 북한연구실장은 철광석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지만 철광석은 내수용과 수출용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수출 감소가 북한 내 공급을 증가시키는 효과조차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석탄과 달리 국정가격으로 판매되는 계획물자 이외에는 국내시장, 즉 수출제재를 피할 우회로 자체가 없어 제재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입니다.
또 철광석을 철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료인 ‘코크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단순히 철광석이 많아진다고 북한 내 강철 생산량이 증가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일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회의): 제철의 경우에는 철광석을 수출해서 제철에 필요한 ‘코크스’를 수입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제철 생산량은 수출 제재로 인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임 북한연구실장은 또 무연탄의 순천, 철광석의 무산 등 수출품 생산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경우 해당 지역의 경제가 단기간 내에 연쇄적인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수출용 무연탄을 생산하던 순천지구의 일부 탄광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갱도가 망가지기 시작했고 제재 이전 호황을 누렸던 지역 경제도 극심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석탄과 철광석 모두 수출대금의 일부를 생산비용으로 돌려 충당해오기도 한 만큼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는 아예 생산 활동 자체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북한의 2018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4% 넘게 감소한 가운데 제재의 영향을 받은 광공업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전년보다 2% 넘게 하락했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임 북한연구실장은 대북제재에도 환율 등 북한의 경제지표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만간 북한 경제 전반에 시장 불안정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외화보유액이 경제 규모에 비해 매우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한 어떤 낙관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최대 3년 이상 환율 안정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북한에 대한 수입제재까지 시작된 만큼 향후 북한경제가 받을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