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대사건’의 본질, 간부문제…후속 숙청 가능성도”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달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책임 간부들이 비상방역 사업에 태만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질타했다.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달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책임 간부들이 비상방역 사업에 태만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질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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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달 말 개최된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언급한 '중대사건'이 방역 문제가 아닌 간부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29일 개최된 북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 이후 고위 간부들에 대한 후속 문책 및 숙청의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에 대한 당적, 법적 검토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규모의 후속 숙청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즉, 김정은 당 총비서가 이번 확대회의에서 언급한 ‘중대사건’의 경우 그 본질이 방역 문제가 아닌 간부문제였다는 분석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국 확대회의를 다룬 노동신문 보도에는 ‘방역’이라는 단어가 3차례 사용된 것에 비해 ‘간부’라는 단어는 39회 언급됐습니다. 또한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선 비상방역 문제보다는 ‘직무태만행위’, ‘보신주의와 소극성’, ‘인민생활안정과 경제건설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과오’ 등 간부들의 무책임과 무능력에 대한 지적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확대회의에서 문책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의 경우 방역과 관련이 없는 군부인사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 열린 노동당 8차대회, 3차례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2차례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2차례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 세포비서대회, 시군 당책임비서 강습회, 당 중앙위원회 및 도당위원회 책임간부 협의회 등 올해 연이어 개최된 회의에서 간부들의 책임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강조돼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책임을 당 간부에게 전가하는 희생양 찾기 작업으로 봐야 합니다. ('중대사건'은) 비상방역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간부들에 대한 문책은)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살까지 빠지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당 간부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미지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대북제재의 장기화,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로 인한 국가 봉쇄수준의 고립, 지난해 수해의 여파 등으로 경제위기, 식량부족사태 문제에 직면해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이 이례적으로 주요 회의를 빈번하게 개최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동요 및 불만을 어느정도 해소하기 위한 시도라는 겁니다.

또한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것에 대해서도 주목하면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적 이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개최된 북한의 모든 회의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며 “옷차림과 머리단장, 언행 통제까지 주문했는데 북한 내 사상적 이완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