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열병식 샘물차 등장에 “자랑할게 그리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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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에 진행된 북한 정권 수립(9.9) 75주년 기념 민방위 열병식에 샘물차 등으로 위장된 방사포 종대의 등장 모습이 북한 대중매체로 보도되면서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민방위 열병식이 진행된 소식을 조선중앙TV 등 대중매체가 보도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어제 저녁 텔레비죤으로 공화국 창건 75돌 경축 민방위 열병식을 보았다”며 “1호행사인데도 초라해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선두에서 수도당원사단 등이 종대로 지나간 후 룡악산 샘물과 시멘트마대가 실려 있는 트럭에 방사포를 싣고 열병식 광장을 지나가는 위장 방사포병 구분대 모습에는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또 농촌 뜨락또르(트랙터)로 위장하고 미사일 비슷한 포들을 싣고 종대로 지나가는 열병식에 일부 주민들은 ‘저걸 보고 미국 사람들이 무서워하겠냐’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1일 “그제 텔레비죤으로 방영된 9.9절(정부수립 75주년) 열병식을 보니 지난 전승절(7.27) 열병식과 비교해서 그런지 촌스러웠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9일 북한 관영매체들은 열병식 선두에 당중앙위원회를 가까이서 보위하는 수도당원사단 종대에 이어 김일성종합대학과 황해제철연합기업소, 국가과학원 종대 등이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당국은 농촌 뜨락또르가 견인하는 반땅크(탱크) 미사일종대와 고사포종대 등 로농적위군의 전투능력을 과시하는 위장방사포병 종대들이 임전태세를 갖추고 김일성광장을 누벼나갔다고 선전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자랑할 게 그리 없어 저걸 자랑하냐’며 샘물차로 위장한 트럭에 방사포를 실은 것도 웃기지만 농촌 뜨락또르가 미사일종대를 견인했다고 민방위 열병식 성과로 선전하면 세상 웃음꺼리가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한편 북한 민방위는 전역 군인을 핵심으로 대학생 등으로 조직된 교도대와 17세~60세 남성과 미혼여성으로 조직된 노농적위군으로 구성된 민간 군사조직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