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를 이유로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를 지시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협박 외교의 일환으로 분석하며 상황이 금방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13일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투했다고 주장하면서 휴전선 부근 포병 부대들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은 ‘무인기 재발견 시 끔찍한 참변’을 운운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분석관은 “북한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긴장 상황이 금방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 현재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위협은 모두 조건부입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보복 행동이 명확히 선언된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이라는 조건부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상황을 악화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북한은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비행했다는 방공망의 허술함을 대내외에 공개함으로써 약점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했다”면서 이는 “(평양으로 날아오는 무인기와 전단지를) 수동적으로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김정은과 고위 지도자들의 감정적인 대응”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민감하게 대응하는 배경에 대해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RFA에 “북한의 불안정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한미가 북한의 취약점에 집중해 대북 정보 작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김정은에게 "왜 그렇게 평양으로 들어가는 전단지에 대해 신경을 쓰는가? 너의 정권이 그렇게 불안정한가? 전단지가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북한이 군사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이면에는 북한의 강함이 아닌, 불안정함이 드러나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협박 외교’를 통해 일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이날 RFA에 “한국 또는 미국 군대가 그 시점에 무인기를 띄웠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협박 외교’와 체제 결속을 위해 이번 사건을 조작 또는 과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정책 실패로 인해 내부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김정은이 “남한의 일부 단체들이 보냈을 지도 모르는 사소한 무인기를 악용”해 안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정당화하고 한미와 국제사회로부터는 정치적,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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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대선을 약 20일 앞둔 1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고 “평양 무인기 사건 주범은 대한민국 군부”라고 주장하며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했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이에 대해 “북한이 미국을 처벌하거나 미국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사건이 단순히 북한과 한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도 이해관계를 가진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한반도 문제는 1952년 한국 전쟁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 후보가 당선 후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이후,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북한의 이번 도발이 미국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