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문가 “김정은, 북일회담 통해 대미 영향력 확보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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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 추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일대화가 일본과 북한 모두에게 정치적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관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할 순 없지만 관여가 중요하다곤 말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모든 정치적 대화에는 시점(타이밍)이 있고 형식과 순서가 따른다”며 대화가 아예 없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질문은 최근 기시다 총리가 여러 차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지난 4일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의 가족들과 면담을 가진 기시다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을 도모해 모든 피해자의 귀국에 전력을 다할 것이란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일본의 정치적 결단이 있으면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며, 북일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회담 개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와 관련해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지지율이 저조한 기시다 정권이 북한 정권과 납북자 문제 등 북한문제 논의를 계기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키노 교수 :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지금 20% 밖에 안됩니다. 9월 자민당 선거가 있는데 여기서 이겨야 계속 갈텐데 (지지율이) 별로 올라갈 소지가 없습니다. 북한 문제를 계기로 조금은 지지율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사정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일본에 보낸 여러 가지 메시지에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마키노 교수는 또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일본과 대화에 나서면서 일본 정부가 자신들에 유리한 영향력을 미 행정부에 미치길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일본 게이오대학교 법학부 이소자키 아츠히토 교수는 지난 10일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게재한 북일회담 관련 기고문에서 ‘김여정이 일본과의 대화 가능성을 전하면서도 일본인 납치문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의도적으로 언급한 것은 양국 회담의 진전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소자키 교수는 일본과 북한이 지난해 봄부터 제3국에서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시다 정권이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은 현재 양국 대화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의도를 탐색하는 중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해 5월 박상길 북한 외무차관 명의로 된 담화문에서 일본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올해 1월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위로 서한을 보내는 등 일본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단기적으로 한미일 3국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소자키 교수는 이어 장기적 관점에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한이 향후 미북회담을 재개할 경우 북한에 대한 보다 우호적인 일본 정부의 태도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소영 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