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 “북한 매체는 정권 광고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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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매체는 북한 정권을 홍보하는 광고회사로 보면 정확하다는 러시아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타티아나 가브로센코(Tatiana Gabroussenko)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체제 하 북한 매체(미디어)에 대해 연구해온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가브로센코 교수는 북한 매체에 대해 북한 정권 홍보 임무를 맡은 광고회사(advertising agent)에 빗대면 정확하다며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북한 정권을 최대한 창의적이고 흥미롭게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타티아나 가브로센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북한 매체는 광고회사에 빗대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겁니다. 가장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북한 주민에게 자국을 홍보해야 하는 겁니다.

또 이를 위해 해외 매체를 적극적으로 따라하면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 한국 드라마 뿐만 아니라 틱톡(tiktok), 인스타그램(Instagram)등 해외 영상 공유 사이트의 형식을 차용해 많은 정보를 빠르고 간결한 영상에 담아 전달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타티아나 가브로센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북한 매체들이 해외 매체를 적극적으로 따라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한국 드라마,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참고해서 많은 정보를 빠르고 간결하고 활기찬 영상에 담으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 매체는 자체적인 실수는 물론 구소련 매체, 러시아 매체 등의 실수도 빠르게 인지하고 분석하며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4년 이후로 김정은 총비서를 멍청하게(idiotic) 보이게 만드는 사진들이 사라졌고 김 총비서가 당국자들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 토론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늘어났다며 북한 관영매체가 외국의 평가와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 매체의 새로운 시도가 자유화(liberalization)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2010년대에는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미니스커트 등 서구식 의상을 입고 공연한 것이 화제가 된 바 있지만 이는 체제 홍보를 위한 또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내 기자라는 직업의 위상에 대해선 북한 당국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 중 하나이며 가정집 또는 일터에 기자가 방문할 경우 당 감독관(party inspector)이 방문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우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기자에 대해 신체가 건강하고 외모가 준수하며 모범적인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지난 17일 북한 관영매체가 최근 수년간 김정은 우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을 ‘수령’으로 지칭한 횟수가 지난 2020년 4차례, 지난 2021년 16차례, 지난 2022년 23차례, 올해는 7개월 만에 26차례로 급증했다는 겁니다.

통일부는 만 40살이 되지 않은 김정은을‘아버지’로 부르는 대상이 아동에서 지난해 말 청년으로 확대된 것 역시 우상화 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