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전 통일차관 “북, ‘비핵화 카드’ 활용해 경제성장 추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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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행보를 진단해보는 기획인터뷰를 두차례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과 함께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보겠습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북한의 ‘북부 핵실험장 폐기 선언’을 의미있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회주의경제 건설 노선으로 전환한 만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직접 김 전 차관을 만났습니다.

-북의 ‘핵실험장 폐기’ 선언, 비핵화 위한 ‘구체적 행동’의 시작으로 봐야…’비관론’은 시기상조

-북, ‘비핵화 카드’ 활용해 경제성장 추구할 것

목용재: 차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의 비핵화였는데요.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와 핵없는 한반도를 선언했지만 비핵화 이행 주체가 모호하고 또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남북 간 비핵화 합의가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CVID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십니까?

김형석: 일단 판문점 선언은 앞으로 있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대장정의 출발이라고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면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있어서 여러 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이번 비핵화 합의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건데요. 비핵화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이 나온 무대는 남북 정상회담입니다. 과거 남북관계의 역사 70여 년을 돌이켜 봤을 때 독특한 측면은 북한 최고 지도자가 실시간으로 국제사회에 노출됐다는 점입니다. 또한 남북이 합의한 선언문을 언론에 공동 발표했다는 겁니다. 그동안 국제사회에 노출되지 않았던 북한 최고 지도자가 비핵화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는 점은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후속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한국은 북한이 보다 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관심을 갖고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판문점 선언상에는 '완전한 비핵화와 핵없는 한반도'가 명시됐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육성으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때는 비핵화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형석: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3조의 4항 마지막 부분에 있는 비핵화 합의를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비핵화 합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한 거죠. 반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서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뒤에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공식 매체를 통해서 판문점 선언 내용이 여과없이 발표됐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합의하면서도 뒤돌아 서서는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은 현재 상황으로선 과한 전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남북과 미북 관계를 구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핵문제는 미국과 다루는 사안으로 구분하고 한국과는 남북관계의 확대발전을 위한 논의에 집중한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또한 북한은 남북관계 확대발전이라는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됩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겁니다.

목용재: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5월 중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언론들을 초청키로 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형석: 일단 풍계리 핵실험장 자체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상 필요한 중요 시설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보면 북한은 핵프로그램의 중요 요소인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준 겁니다. 또한 한국과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비핵화에 상응하는 체제 안전과 경제 보장(제재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과거 영변 냉각탑 폭파 이후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김형석: 가장 큰 변수는 김 위원장의 입장과 의도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 시킬 것인가'라는 부분입니다. 한국과 국제사회 차원의, 일종의 '관리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리망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를) 강요하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또한 (비핵화를) 유인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요. 이 같은 요소들을 활용해 앞으로 비핵화 문제를 다뤄나가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북한은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국제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도 천명했고요. 북한 스스로도 '비핵화 카드'를 적절히 활용해야 경제 성장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판단하고 있을 겁니다. 이를 한국과 국제사회가 잘 활용해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북 정상회담, 비핵화 시한 설정 문제가 ‘쟁점’될 것

-평화협정,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변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결될 것

목용재: 앞으로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까요?

김형석: 북한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비핵화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체제 안전과 경제지원입니다. 경제지원 속에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겠죠. 그렇다면 향후 쟁점 사안은 비핵화의 시기, 시한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시한을 정하고 그 시한 내에 미·북 수교나 미·북 간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 단계적인 대북제재 완화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맞물려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시한을 가급적 늦추려 할겁니다. 비핵화 시한을 명시하지 않는 것은 최상의 시나리오겠죠. 미국의 북한 체제 안전 보장 조치 등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결국 6개월, 1년 등 비핵화 시한 설정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김 위원장은 경제 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노선 아래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이 파탄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계속 비핵화 시한을 못박자고 해도 김 위원장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올해 안에 남북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이번 판문점 선언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미 3자, 남·북·미·중 4자 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위해 관련국들이 어떤 과정을 밟아 나갈까요?

김형석: 일단 북한은 기존 입장에서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휴전협정,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으로 만들자는 논의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닌데요. 북한은 협정 주체, 당사국으로서의 한국을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는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을 남북이 체결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남·북·미, 남·북·미·중 다자회담이 거론됐습니다. 과거 북한은 평화협정 당사국으로서의 한국을 배제했는데 이 같은 입장이 바뀐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남북, 미북 간의 관계 정상화 등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평화협정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도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의 안보에 위협적인 요소를 줄이고 북한을 정상국가, 혹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 자체가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하는 당사국들의 사전 준비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연락사무소, 남북 간 ‘상시 연결’ 의미…남북교류 활성화 견인할 것

-과거 개성의 ‘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공동연락사무소로 활용될 것

목용재: 이번 판문점 선언을 보면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한 합의가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성에 설치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가장 주목되는데요. 이 사무소가 설치되면 앞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까요? 또 사무소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형석: 과거 남북 간 '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있었습니다. 당시 남북 간 협의 범위를 경제 협력에만 국한시켰지만 실제로는 경제 협력에 국한된 협의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회·문화 교류와 관련된 논의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다루는 소관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사무소가 개소되면 기본적으로 민간 차원의 경제·사회·문화 교류 등과 관련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당국 간의 대화를 할 때 매번 회담을 열수는 없는데요. 사무소는 그럴 때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하나의 소통 통로가 되는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남북이 연결된다는 점이죠.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니까 언제든 필요할 때 만날 수 있습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이 개통된 것처럼 정상 이하 부문에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상시적인 소통 통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과거 남북 경제협력사무소의 경우 어디에 설치됐던 겁니까?

김형석: 개성에 있었습니다. 아마 이번에 열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그 건물을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과거의 남북 경제협력협의사무소는 개성공단과 연계된 사무소였습니까?

김형석: 개성공단과 관련된 문제만 다룬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거 남북 간 경제 협력 부문에서 협의할 사안이 있으면 주로 제3국이나 중국에서 논의했습니다. 해외에서 회의를 연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입니다. 당시 개성공단이 열렸는데요. 공단에서 남북의 민간인들이 만나서 논의할 때 중국보다 개성이 여러모로 편리하지 않습니까? 이 같은 여러 편의성을 고려해서 지난 2005년 개성공단 내에 남북 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개설됐던 겁니다.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협의에 집중해야…나머지 의제는 비핵화 과정에 맞춰 논의할 필요

-향후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억류자 문제 논의될 가능성 커

목용재: 앞으로 남북 고위급회담, 군당국자회담, 적십자회담 등 다양한 남북대화가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핵심적으로 다뤄야할 의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형석: 판문점 선언 1조 1항에는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은 고위급회담 개최를 약속하고 상시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공동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민간차원의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합의했고요. 경제 협력의 경우는 1차적으로 철도·도로 연결부터 적극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핵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에 맞게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와 관련해서 남북 간의 큰 이견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견보다는 이를 이행할 적절한 시기일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겁니다. 결국 2조의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논의가 중요합니다. 이는 군사적 신뢰 구축에서 궁극적인 군축으로 가는 문제인데요. 이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판문점 선언 3조의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비핵화가 걸려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미·북이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 비핵화 상황을 보며 따라가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남북은 5월로 예정돼 있는 장성급 회담을 포함한 군사 회담에 집중해야 합니다. 남북 간의 긴장과 대립을 해소하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궁극적인 군축이 핵심적으로 협의돼야 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CVID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가 풀리지 않을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재개할 수 있는 교류 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까?

김형석: 일단은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시작해야겠죠. 이번에 이산가족 문제는 판문점 선언의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에 포함됐습니다. 또한 비 경제적인 남북 간 스포츠 교류도 필요할 겁니다.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 분위기를 흐릴 것이라는 비판은 받을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북한의 비핵화,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경제적인 교류와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남북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들을 해결한다고도 합의했는데요.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문제나 북한인권 문제는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향후 남북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김형석: 이 문제들이 판문점 선언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1조 5항을 보면 '남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저는 이 속에 억류자, 북한인권 문제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단어가 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억류자와 북한인권 문제는 결국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입니다. 그 부분은 한국 정부가 적십자회담이나 앞으로 열릴 수 있는 남북 간의 회담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법적인 절차에 따라 발효할 예정입니다. 과거 남북 간 주요 합의서 가운데 남북 기본합의서가 법적 절차를 걸쳐 발효된 바 있습니다.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판문점 선언을 법적으로 제도화시키는 작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형석: 한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법을 준수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입니다. 이 같은 차원에서 남북 합의문을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비준, 동의하면 정부가 이를 이행해야 하는 구속력이 강화됩니다. 그렇다고 판문점 선언을 법적으로 제도화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것을 굳이 제도화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과거 남북 기본합의서는 법적으로 제도화된 바 있습니다. 2007년에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도 제도화 됐습니다. 이 법률에 따르면 남북 간 합의 사안은 국무회의 심의만 거쳐서 비준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대한 사안이거나 재정적 부담이 발생할 경우는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때문에 현행 법과 기존 법치주의 원칙에 따르면 판문점 선언은 법적으로 제도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와 관련해 다른 의견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 소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용재: 차관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획인터뷰,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김형석 전 차관과 함께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봤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