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선전용’ 북 전쟁노병보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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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은 전쟁 노병을 위한 보양소를 각 도마다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주민들이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당국이 노병보양소에 물자를 보급하지 못하면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쟁로병보양소’는 2015년 7월,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건설된 6.25전쟁 참전 노병들을 위한 보양시설입니다. 당초 각 도에 숙식과 치료, 운동, 재활 등 오락실과 물놀이장까지 갖춰 건설하며 당국은 김정은 총비서가 ‘인민의 지도자’임을 각인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요즘 도내의 전쟁로병(노병)보양소를 이용하는 대상은 전쟁노병들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건물 정면에 ’전쟁로병보양소’라는 간판은 걸려있지만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변질돼 버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 특급기업소 간부인 지인으로부터 며칠 전 그의 대학생 아들이 전쟁노병보양소를 다녀왔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의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노병보양소를 예약해서 며칠 동안 잘 먹고 놀다가 왔다고 하여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노병보양소 이용료는 1인 기준 1일 4만원(국정가격 5천원)으로 식대, 오락실, 음악실, 수영장 등을 이용할 경우 1일 이용료만 약 10만원(약 11달러) 선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그의 말에 따르면 보양소에는 전쟁노병은 한 명도 없었고 청년들과 한창 일할 나이의 노동자들뿐이었다”면서 “국가에서 노병들에게 제공할 보양식과 건물운영비를 보장해 주지 않으면서 돈을 받고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보양소를 운영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애초 전쟁노병보양소는 국가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당에서 노병들의 보양 식품인 닭, 토끼, 돼지고기 등의 식재료와 석탄과 화목, 전기까지 보장하게 돼있으나 당국이 보양소운영비를 보장하지 않자 건물 관리를 위해 일반 주민들을 받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보양소 같은 시설은 지원 물자가 없다고 운영을 멈추면 겨울에 건물 벽체가 얼어 금이 가고 지붕이 내려앉는 등의 손실을 피할 수 없어 시설물 유지를 위해 다른 대상을 받아 운영하며 돈도 벌고 건물파손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2일 “전쟁노병을 위해 지은 ‘전쟁노병보양소’는 이제 누구든지 돈만 내면 이용이 가능한 곳”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지방에 세워진 노병보양소는 나라에서 특별히 관심을 돌려(기울여) 지은 최신식 건축물”이라면서 “조선 기와를 얹어 민속적 분위기로 지어졌으나 실제 내부는 온천도 있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실 등 최신 보양시설을 다 갖추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6.25전쟁 발발일이나 7.27 전승절에 당에서 노병들을 내세우며 선전할 때나 이용하는 형식적인 시설일 뿐 지금은 일반주민들의 휴양지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초 당국은 각 도마다 전쟁노병보양소가 세워지면서 전쟁노병들을 초대해 분기마다 15일간 영양가 있는 보양식과 재활치료 등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요즘은 국가적인 지시가 없는지 아예 노병들이 보양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돈만 내면 누구나 노병보양소에서 노병식당을 이용하고 온천도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씁쓸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면서 “특정 기념일에만 신문과 텔레비죤에서 노병들을 나라를 지킨 영웅이라고 노병들을 높이 추켜세우면서 실제 보장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