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의원 “북한식 길 안돼” 성소수자 운동 처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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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는 사상뿐만 아니라 두발, 복장 등 겉모습에 관해서도 엄격한 단속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알렉산더 킨슈테인 러시아 국가 두마 의원이 북한의 이런 복장 단속을 희화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러시아 국가 두마의 알렉산더 킨슈테인 의원은 최근 27일 러시아 언론 가제타 닷 루(Gazeta.ru)와의 인터뷰 중 ‘러시아에서는 개인의 두발이나 복장으로 인해 누구도 처벌받아선 안 된다’는 얼핏봐선 당연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복장과 두발을 단속하는 국가로 북한을 콕 집어 예로 들었습니다.

킨슈테인 의원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 당국이 성소수자(LGBT) 운동을 극단주의 행위로 간주하고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운동을 처벌하는 ‘성소수자 선전 금지법안’ 을 시행중인 것을 비난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킨슈테인 의원은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선전이 아닌 이상 성인 남성이 립스틱이나 손톱 치장을 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면서 “외모에 관해서는 누구도 ‘승인된 머리모양 목록을 만드는’ 북한식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간 러시아 관광객을 통해 북한의 획일화한 두발과 복장 규제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의 엄격한 두발과 복장 규제를 희화화한 겁니다.

그러면서 “성인 시민은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외적인 자유에 대한 기본 권리가 침해받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2020년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단정한 옷차림과 고상한 머리 단장' 제목의 기사 내용에서 “여자들은 단발 머리, 묶음 머리 땋은 머리를 하는 것이 좋다”며 긴머리를 하지 말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 남성들의 경우 상고 머리나 패기 머리로 불리는 짧은 머리를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2018년 공개한 평양의 한 미용실 머리 형태 도안을 보면 나비형, 물결형, 날개형 등 8가지 머리 형태가 있는데 이 중 다섯 가지가 짧은 형태이고 나머지 세 가지도 어깨를 살짝 덮는 정도입니다.

북한 청진이 고향인 탈북민 김수경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의 머리모양은 특별히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다 비슷했다”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두발을 단속하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김수경씨 : 다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파마도 해도 안 되고 무조건 짧게, 혁명적으로 패기 머리라고 했거든요, 패기있게. 운동선수 같은 머리에요. 남자들은 씩씩하게 싹 올려밀고 여자애들도 어깨에 닿으면 안 돼요. 그리고 염색도 하면 안 되고. 학교에서 꽉 눌려있다가 나름 성인이 됐다고 멋 부리고 싶어 하거든요. (대학생 때)여자아이들이 예쁜 리본을 달고 가면 리본 같은 것도 달면 안 되고..

올해 들어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는 차림을 요구해 각 단체에서는 갈색머리, 쫑대바지, 귀걸이, 김부자 초상배지 미착용 등을 단속하는 규찰대를 조직한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북한 함경북도에서는 15세 여학생이 통이 좁은 바지를 입었다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옷차림’으로 몰려 규찰대에 무차별 구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