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청년미풍열성자회의’에 비난 목소리
2023.11.22
앵커: 북한 양강도당이 최근 조직했던 ‘청년미풍열성자회의’가 양강도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전역에서 청년미풍열성자회의가 연이어 조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양강도당이 개최한 청년미풍열성자회의가 14일, 김정숙예술극장에서 진행됐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김정숙예술극장에서 지난 14일 열린 청년미풍열성자회의가 주민들의 큰 비난을 사고 있다”며 “회의 참가자들조차 도대체 이런 회의를 왜 조직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2021년부터 해마다 11월이면 각 도, 특별시(평양 외 개성특별시, 남포특별시, 나선특별시 등), 내각 산하 주요 공장, 기업소와 협동농장 별로 청년미풍열성자회의를 조직한다”며 “김정은 시대 어렵고 힘든 일에 앞장 선 청년들을 널리 알리고 그들을 본받게 하자는 목적으로 중앙에서 회의를 조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중앙의 의도와 달리 주민들은 청년미풍열성자회의 참가자들을 일제 강점기 징용에 끌려갔던 근로자들에 비유한다”며 “청년미풍열성자는 탄광과 광산, 제염소(염전)와 같이 사람들이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분야에 자원한 청년들인데, 말이 자원이지 실제는 강제로 떠밀린 힘없는 청년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청년미풍열성자회의에 직접 참석했다는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1일 “아무리 거짓과 사기가 판을 친다 해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며 “회의 참가자들의 (거짓) 토론은 너무도 닭살이 돋고 소름이 끼쳐 듣는 것 자체가 죄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6월, 운흥광산에 자원했다는 만 17세의 한 토론자는 회의가 끝난 후 자신은 운흥군 인민위원회 노동과에 의해 강제로 광산에 배치됐다고 실토했다”며 “올해 운흥광산에 자원했다는 다른 11명의 청년들도 모두 자신과 같은 처지(강제 배치)라고 고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는 이번 회의 토론문도 양강일보사 기자들이 써 준 것이고 자신은 무대에 나가 써준 대로 읽기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며 “토론문을 전부 양강일보사 기자들과 양강도 작가동맹 작가들이 대필해 준 사실은 다른 토론자들을 통해서도 낱낱이 드러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회의 참가자들과 양강도 주민들을 제일 화가 나게 만든 대목은 김형직군병원 의사와 양강도종합병원 간호사의 토론이었다”며 “이들은 지난 7월, 김형직군 읍중학교 화재 당시 크게 화상을 입은 학생을 살리기 위해 피와 살을 자발적으로 바쳤다는 내용으로 토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7월에 있었던 김형직군 읍중학교 화재 당시 사건 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어린 학생을 무조건 살리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하지만 화상치료에 필요한 혈액과 피부를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김형직군병원과 양강도종합병원에서 35세 미만 남성 의사들과 26세 미만 여성 간호사들의 피를 뽑고 피부를 강제로 떼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그렇게 피와 살을 (강제로) 빼앗긴 사람들을 내세워 마치도 어린 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원해서 피와 살을 바친 것처럼 조작했다”며 “청년미풍열성자회의가 완전히 날조된 회의라서 주민들과 청년학생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