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탈영 '삼진법'에서 '사상개조 계속 복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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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들어 북한 군 당국이 탈영병들을 생활제대(불명예제대) 시키는 대신 사상개조를 통해 만기 전역시키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에서 생활제대자들 속에서 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지난 5일 “지난 달 군 총정치국에서 탈영병들을 처벌하는 대신 정신 교양 및 사상 개조를 통해 만기제대 시킬 데 대한 지침이 내렸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한 병사가 3회 이상 탈영하면 생활제대를 시켜 탄광이나 농촌 등에 배치하던 이른바 생활제대 처벌을 하지 않고 어떻게든 정신교육을 통해 만기까지 군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 무산군의 한 부대에서 10대 신입병사가 부대를 이탈해 소속 부대 군관 및 선임 병사들이 수색작전을 펼쳐 13일 만에 부대로 복귀시킨 사건이 있었다”면서 “이번까지 세 번이나 탈영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병사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부대를 탈영해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인 함흥으로 갔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13일만에 부대로 돌아 온 탈영병은 연대 보위부에서 조사를 마친 후 평소처럼 다시 군사복무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세 번 탈영하면 무조건 생활제대를 시켜 탄광이나 농촌으로 보냈지만 지금은 그 같은 처벌을 하지 않고 사상교양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군 당국이 이처럼 탈영병들에 대한 처벌 방법을 바꾼 이유는 생활제대자가 많아질수록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면서 “생활제대라는 불명예를 안고 오지 광산이나 협동농장에 배치된 군인들은 제대 후에도 반성이나 후회보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매사에 반항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 이후 군부대에서 탈영 건수가 증가한 것도 이번에 탈영병 처벌 방법을 바꾸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2~3년 전까지만 해도 중대급 부대에서 한 달에 한두 명에 그치던 탈영병 숫자가 코로나 사태로 군 공급이 열악해지면서 한 달 평균 3~4건으로 늘어났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의 또 다른 군 관련 소식통은 3일 “지난달 초 련진리에 주둔하고 있는 해안 경비대에도 탈영한 군인을 생활제대 처리하지 말 데 대한 새로운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수 차례 탈영했더라도 정신교양 및 사상 개조를 통해 만기까지 군사복무를 마칠 수 있도록 해당 지휘관들이 적극적으로 지도하라는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지시는 이미 사회에 나간 생활제대자들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탈영병들을 조사해보면 대부분 단순히 배고파서 부대를 이탈한 것인데 생활제대자라는 낙인을 찍어 조건이 열악한 광산이나 농촌에 보냄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달 초 련진리에 있는 한 농장에서는 처지가 같은 생활제대군인들이 이틀이나 무단으로 결근하고 건물의 유리창까지 부수면서 농장 간부에 항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농장 간부가 생활제대를 받은 한 청년에게 ‘밖에서는 똑바로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발언을 해 생활제대군인들의 공분을 산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여기(북한)서는 생활제대자라고 하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발전 가능성이없는 하층 인간 취급을 받는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그(생활제대자)들을 더 난폭하게 만든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부대를 이탈한 것은 처벌할 게 아니라 동정해야 할 일이 아니냐’며 생활제대군인들을 옹호한다”면서 “그러나 군 당국이 새롭게 제시한 정신 교양 및 사상 개조를 통해 군인들의 탈영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