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상교육’ 유학생 소환에 “탈북 고민 많을 듯”
2024.07.03
앵커: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유학생들이 최근 소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주기적으로 해오던 사상 교육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한 유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던 유학생들에게 북한 당국이 최근 소환 지시를 내렸다고 SBS 등 한국 언론이 3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달 중 평양인민대학습당 등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체제와 관련한 정치강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북한이 유학생들에 대해 귀국 지시를 내린 건 젊은 세대를 이 정치강습에 참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도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그간 중단됐던 조처들이 과거 시행했던 대로 재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북한 정권은 외국에서의 유학 경험이 학생들에게 외부 세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주기적으로 학생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사상교육을 했습니다.
다만 국경봉쇄가 시작된 2020년부터는 소환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한 유학생들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의 국경 개방으로 지난해 해외에 머물던 외교관과 주재원 교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해외 근무 엘리트들이 잇달아 탈북한 바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련한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중국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북한 학생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는 설명이 달린 영상들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소환된 유학생은 학습 소홀은 물론, 이성 교제나 생활 태도까지 삼아 본보기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평양외국어대학 출신으로 중국 동북재경대학에서 유학한 탈북민 이현승 씨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코로나 기간 동안 무너진 사상교육을 통한 젊은 엘리층의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현승 씨: (북한 당국이)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사상 개혁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기간에 또 탈북 시도가 많았고요. 중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젊은 층의 탈북 시도가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지금 이 사람들을 불러서 비판시킬 것도 있고 또 처벌할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재교육을 하자 이런 취지로 하는 것 같아요.
아울러 그는 이번 소환 지시를 받고 탈북을 고민하는 젊은 유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씨: (북한 당국이)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서 ‘네가 사상적으로 무장이 안 됐다’ 해서 다시 못 나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들어갔다 못 나온다는 두려움이 존재하고, 또 이제 시각이 다양화된 사람(유학생)들은 ‘과연 내가 이제 (북한)사회에 들어가서 적응이 잘 될까? 지금 중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편안히 살고 있는데…’ 이런 두려움 때문에 탈북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로나가 해제되고 북한으로의 귀국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엘리트 계층 10여 명이 탈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북한 유학생 소환이 추가 탈북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