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형법 제·개정 통해 주민 생명·자유 침해”
2024.12.10
앵커: 북한 내에서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가운데, 형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한 사회 통제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10일 서울에서 ‘북한 법제 변화를 통해서 본 북한사회의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토론회.
발제와 토론에 나선 북한 및 법률 전문가들은 북한이 형법 제정과 개정을 통해 사회 통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형법에 합당하지 않은 사유로 주민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적지물처리법 등 정보 통제를 위한 법규에도 사형 규정을 포함시킨 것은 국제인권규범에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 사형은 가장 중한 범죄에 대해서만 규정 및 부과할 수 있고, 가장 중한 범죄는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하며, 고의적인 살인을 수반하는 극도의 중범죄에만 적용되도록 북한 형법에도 규정돼 있습니다.
앞서 이 실장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22~2023년 형법을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죄목을 늘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형법상 사형이 가능한 죄목은 지난 2022년 5월 11개에서 2023년 12월엔 16개로 5개 늘어났는데, 반국가선전·선동죄와 무기·탄약비법제작죄 및 사용죄, 폭발물비법제조·보관죄와 사용·양도죄가 이에 해당합니다.
무기와 탄약, 폭발물과 관련한 처벌이 강화된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그 일가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조치란 설명입니다.
이 실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북한 내에서 비상방역법과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위반해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공개처형이 2010년을 전후해 사라졌다는 기존 조사 내용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하려는 ‘적지물처리법’과 인민반장의 권한을 강화해 탈북민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인민반조직운영법’을 제정해 주민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북한 형법 변화에서 읽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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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법을 연구해온 한명섭 변호사도 같은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다수의 법에 위반시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을 강화한 부분을 비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 같은 주민통제를 위한 법과 제도가 북한에서 계속 유지된다면 향후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 시에도 남북 간 교류협력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한명섭 변호사] 북한이 ‘두 국가’를 언급하는 상황에 이렇게 문화 교류까지 차단한다면 앞으로는 경제 협력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문화 교류·협력은 남북 간에 이뤄지기 어렵겠죠. 오히려 통제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동질성 회복은 점점 힘들어질 것 같고...
한 변호사는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국제사회를 의식해 형법상 인권 침해 요소를 개선한 측면은 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부칙’이나 ‘인민보안성 포고’ 등을 통해 여전히 주민들의 생명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인권을 쟁취하기는 힘든 환경에 놓인 만큼,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엔 인권 메커니즘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