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고위 간부들에 미 대선 결과 통보
2024.11.08
앵커: 북한 노동당 정치국이 특별 화상회의를 열고 도당 비서급 대상 간부들에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공식 통보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최근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나 북한 당국은 지방의 고위 간부들에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알려주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어제(7일) 오전 8시, 도당 비서급 대상 간부들을 불러 놓고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향후 국제정세’라는 제목의 특별 화상회의를 진행하였다”며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내용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지난 2일에도 도당 비서급 대상 간부들을 불러 놓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특별 화상회의를 진행하였다”며 “이날 화상회의에서 곧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는 사실과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을 알려주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도당 비서급 대상 간부는 각 도에 11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당 간부로는 도당 책임비서와 조직비서, 선전비서와 근로단체비서가 있고, 행정간부로는 도 인민위원장, 근로단체 간부로는 도 청년동맹위원장과 도 여성동맹위원장, 사법간부로는 도 검찰소장과 도 안전(경철)국장, 도 보위국장과 도 보위국 책임비서가 있습니다.
이들 도당 비서급 대상 간부들은 매달 노동당 정치국이 발행하는 “월간 국제정세”라는 비공개 잡지를 받아 보고 있으며 도당 총무부 회의실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노동당 정치국, 당중앙 군사위원회가 주도하는 주요 회의들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도당 비서급 대상 간부라 해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이처럼 신속히 알려준 사례는 처음”이라며 “트럼프는 우리나라(북한)에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인 데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 신속히 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어제 진행된 특별 화상회의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앞으로 국제정세가 매우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우리(북한)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전쟁 책동도 더욱 노골화되고, 악랄해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긴밀한 관계이긴 하지만 그 어떤 기대도 가지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의 대외적 입장은 절대로 변할 수 없으며 미제가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면 가할수록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 화상회의의 전반적인 내용이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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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미국 대통령 선거 소식을 몰래 가지고 있는 라디오로 가족들과 함께 들었다”면서 “우리(북한) 주민들은 아직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리 군인들을 파견하였다는 소식이 유포된 후 국가보위성이 유언비어 색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우리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트럼프 정부에 의한 (미북) 관계 정상화나 비핵화 회담을 진심으로 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하노이 정상 회담은 김정은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장난을 쳐 보기 위한 트럼프의 계획적인 작전이었다는 것이 우리의 간부들과 지식인들의 판단”이라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우리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몸서리를 칠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트럼프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던 김정은이 그 화풀이를 우리 간부들과 지식인들에게 모두 쏟아냈다”며 “하노이 정상 회담 실패 후 우리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두 달 연속으로 사상학습과 사상검토(검열)에 시달려야 했다”고 떠올렸습니다.
“당시 사상검토 과정에 도 검찰소 책임 검사와 혜산시 보위부 정치부장이 숙청되었고, 도내의 많은 간부들이 해임 철직 되었다”며 “양강도 작가동맹 작가들은 사상검토 끝에 2019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삼수군 보성협동농장에서 집단 혁명화 처벌로 농사를 지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