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각급 노동당 청사 회의실 구호 변경
2025.02.03
앵커: 북한 당국이 각급 노동당 청사 내 회의실 정면에 설치된 구호를 바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노동당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고려한 조치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동당이 모든 것을 좌우지하는 북한의 모든 도, 시, 군에 지역을 총괄하는 당위원회가 있으며 군대를 비롯한 각급 기관, 공장, 기업소에도 당 기관이 존재합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월 31일 “며칠 전 시당에서 조직한 행사에 갔다가 회의장 정면 구호가 바뀐 것을 보았다”며 “구호가 인민을 위해 복무하자는 내용이라 충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시 당 청사에 수십 명 규모의 소회의실 몇 개와 200석 정도 되는 대회의실이 한 개 있다”며 “구호가 바뀐 곳은 대회의실로 이곳에서 시당위원회 전원회의를 비롯한 시내 주요 간부들이 참가하는 회의가 진행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원래 대회의실 주석단 정면 벽 양쪽에 두개의 구호가 있는데 오른쪽은 ‘영광스러운 우리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왼쪽은 ‘조선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조선노동당만세’”라며 “두 구호 모두 당의 기본 구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중 한 개(왼쪽) 구호가 ‘전당이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자’로 바뀌었다”며 “시 당을 자주 드나드는 간부들은 바뀐 구호를 봤겠지만 일반 노동자인 나는 처음 보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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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당 기관 내 회의실 구호가 인민을 위해 복무하자는 내용으로 바뀐 것은 그만큼 노동당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 기관 회의실은 물론 전국의 모든 극장, 회관 그리고 각급 공장 기업소의 회의실에 여러 개의 구호가 걸려있는데 노동당이 직접 매 구호와 설치할 위치까지 지정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전당이 위대한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자’라는 구호가 작년 가을 경에 설치된 것으로 안다”며 “구호를 처음 봤을 때 당국이 ‘민심이 좋지 않은 것을 알긴 아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당 만세 대신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자는 내용의 구호가 새로 등장한 것은 최근 당국이 당 깃발 대신 국기를 사용하게 하고 당 제일주의 대신 국가 제일주의가 강조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하지만 구호를 바꾼다고 노동당이 하루아침에 인민을 위하는 당으로 되는 건 아니”라며 “주민들은 당 기관과 당 간부들이 인민이 아니라 자기 이익만 위하는 특권층으로 전락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