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과시’ 북 정찰위성 세번째 고도 상승
2024.09.24
앵커: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이달 초 지난해 발사 후 세번째로 고도 상승을 했습니다. 평양 위성기지국에서 초단파 무선신호로 조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네덜란드 델프트 기술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마르코 랭브룩 교수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일 동안 5차례에 걸쳐 고도 상승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랭브룩 교수는 이번 상승은 지난 2월과 6월에 이어 3번째라며 그 때와 비슷하게 5일 동안 하루에 한번씩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상승은 지구를 공전하는 위성이 타원 궤도상에서 지구에서 가장 멀어지는 점인 원지점(apogee)의 고도만 상승한 것으로 9월 6일 499km에서 9월 10일511km로 12km 상승했습니다. (아래 도표)
자료 출처: 마크로 랭브룩 교수 블로그
랭브룩 교수는 이번 상승은 만리경 1호가 여전히 통제되고 조종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번 상승은 지난 2월과 6월 때처럼 북한 시간으로 밤 10시와 11시 사이에 이뤄졌다며 평양 위성 기지국에서 만리경 1호를 직접 볼 수 있는 가시선 범위 내에 있을 때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볼 때 평양 위성기지국이 극초단파(UHF) 및 초단파(VHF)로 무선 신호를 만리경 1호에 보내어 고도 상승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파는 단파, 초단파, 극초단파로 구분하는데 ‘단파(HF·High Frequency)’는 주파수가 3M~30MHz 대역이고 ‘초단파(VHF·Very High Frequency)는 30M~300MHz 대역, ‘극초단파(UHF·Ultra-High Frequency)는 300M~3GHz 대역을 말합니다.
주파수가 낮으면 회절, 굴절이 잘 되고 멀리까지 전파를 보낼 수 있고, 주파수가 높으면 직진성이 강하고 주변 잡음 영향을 적게 받게 되어 깨끗하고 많은 데이터, 즉 자료를 실어 보낼 수 있는 반면 거리 제약이 있습니다.
랭브룩 교수는 초단파 및 극초단파를 통해 위성이 명령 신호를 받으려면 위성이 송신 안테나의 직접 가시선 내에 있어야 한다며 해당 안테나는 평양 위성 기지국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만리경 1호가 약 100일 간격으로 고도 상승을 하는 것 같다며 다음번 고도 상승은 12월 중순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조나단 맥도웰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안 우주물리학센터의 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은 매우 얇은층의 외기권(outer atmosphere)을 지나가는데 이곳에 있는 약간의 공기로 속도가 느려지면서 고도가 서서히 내려간다(decay)고 말했습니다.
이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위성은 대기권으로 떨어져 불타없어지기 때문에 몇 달에 한번 지상 기지국이 위성 내 엔진을 점화시켜 고도를 원래 높이로 회복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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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국가 수반의 직속독립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가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주목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물체를 포착했다”고 공개했습니다.
항공우주정찰소는 '만리경-1호'의 감시·정찰정보를 분석하는 기관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은 이날 이를 촬영한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 선임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위성은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이번에 그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단지 위성 능력이 있는 척하려고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자신들이 실제로 갖추지 못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어 한국과 미국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