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시아 따라 ‘핵 사용문턱’ 낮출 가능성”
2024.12.09
앵커: 북한이 최근 새로운 핵 교리를 채택한 러시아의 뒤를 이어 핵 사용의 문턱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 사용문턱을 낮춘 핵무기 사용 규정 즉 핵 교리 개정안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새로운 러시아의 핵 교리는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항공기, 무인기(드론)의 대규모 발사를 시작한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으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며 핵 선제타격에 대한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또 비핵보유국이더라도 핵보유국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박춘우 전 동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러시아, 북한의 핵 교리가 계속해서 공세적으로 바뀌는 상황”으로 진단했습니다.
박 전 교수는 이와 함께 “지난 2022년 제정된 핵무력 정책법에 담긴 북한의 핵 교리는 러시아의 핵 교리를 모방한 것”이면서 동시에 (비핵국가인) 한국을 향해서도 유사시 핵공격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2022년 9월 ‘국가지도부나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 감행 혹은 임박’ 등 다섯 가지 상황에 대해 선제 핵공격이 가능하다는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했고, 1년 후인 2023년 9월 이를 헌법에 명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박 전 교수는 “지난 11월 러시아가 핵 문턱을 낮추면서, 북한의 핵 문턱이 다시 한 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교수는 북한의 핵 교리가 수정될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제시한 선제 핵공격이 가능한 다섯 번째 조건, 즉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에 대한 기준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춘우 전 동양대 군사학과 교수] 북한도 이미 낮아져 있지만 거기(러시아 핵 교리 수정)에 따라서 더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조건 있지 않습니까? 두리뭉실하게 일반론적으로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다섯 번째 조건이 조금 더 여기서 문턱이 더 낮춰질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박 전 교수는 북한이 향후 보다 공세적으로 핵 교리를 수정한 이후에도 실제 핵을 사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한미의 김정은 정권 종말 시도, 북한 지도부에 대한 타격 시도가 뒤따르리라는 것을 북한도 잘 알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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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중적 핵교리 지속 전망...한국에만 선제공격 위협”
한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김보미 부연구위원도 2일 ‘러시아 핵독트린(핵 교리) 개정의 함의와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새로운 핵 교리가 북한의 핵 정책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새로운 핵 교리가 북한의 공세적 핵 교리와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정당화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또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을 낮춘다면 북한도 비슷한 상황에서 핵 사용 기준을 낮추는 것을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북한은 이미 2022년 9월 핵무력 정책법에 핵 교리를 지속적으로 개정할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22년 9월 제정된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 9조 2항은 ‘핵무력이 자기의 사명을 믿음직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각이한 정황에 따르는 핵무기 사용전략을 정기적으로 갱신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핵 교리가 향후에도 수정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됩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공세적인 핵 교리 발표가 한반도 안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미국 확장억제의 지속적인 강화,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 북러 핵위협에 대한 국제공조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