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최근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인도·파키스탄 등 앞서 핵무장을 시도한 국가들이 보인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진단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성배 수석연구위원이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을 인도·파키스탄 사례와 비교해 30일 내놓은 보고서.
김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한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규정한 것 등이 과거 핵무장을 시도한 인도,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핵무장에는 당시 미국·소련 등 강대국에 대응하려는 목적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른바 ‘접경국과의 적대적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인도의 핵무기 개발에는 ‘중·인도 국경분쟁’으로 잠재적 적성국이 된 중국의 1964년 핵실험이 가장 큰 자극제로 작용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전인 1962년 발생한 분쟁에서 중국에 패배한 인도로서는 중국의 핵무장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 1948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인도·파키스탄 간 적대적 관계는 양국에 핵개발 동기로 작용했고, 특히 1974년 인도의 첫 번째 핵실험은 파키스탄이 핵개발을 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후발 핵보유국들이 핵무장을 추진할 때 접경 국가 간의 지역분쟁이 촉진제로 작용하는 현상을 인도와 파키스탄 사례가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나라가 핵보유국 지위를 승인 받는 과정에 지역분쟁에 대한 잠재적 ‘핵사용 위기’가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설명도 내놓았습니다.
이어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을 최근 핵전략의 변화와 연결해서 보면 핵무기 사용 대상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확대하고, 한국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규정해 핵무기 사용 개연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을 ‘적대국’, ‘주적’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정의해 남북 간 충돌이 언제든 전면전,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한반도에 의도적인 핵전쟁 위기를 조성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인도·파키스탄 사례처럼 미국 등 강대국들이 중재 목적으로 개입해 핵전쟁 위기 감소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비핵화보단 군축에 초점을 둔 논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최근 북러 밀착관계를 고려할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개입하려 할 수 있고, 긴장 완화 조건으로 북한과의 원자력 협력을 추진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의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 등에는 의도적 위기 조성을 위한 심리전 측면이 있지만, 그 효과를 키우기 위한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는 그 도발에 대한 단호하고 절제된 대응을 보여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또 한미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북한의 의도 가운데 하나인 만큼 양국 간 정책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 동향에 대한 최신의 분석과 판단을 공유해야 하고, 러시아를 향해선 북한의 전략에 편승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않도록 사전 경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러 간 군사협력 가능성을 두고 지속적인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 (지난 18일): 한국 정부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교류 협력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교류 협력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으로선 북한 핵무장과 관련해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환영할 수 만은 없는 만큼, 중국을 북중러 3국 관계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데 한국의 외교력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 북러 군사협력을 우려하며, 중국에 대북외교 재가동을 위한 영향력 행사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