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향후 15년 남북대화 없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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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전문가는 향후 15년 동안 남북대화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회 동북아평화미래포럼 주최로 1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북핵 능력 강화 의미 및 한반도 정세 전망’ 긴급 세미나.

발표에 나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35년까지 남북관계의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가 주목한 것은 김정은의 15년 장기 구상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2021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청년동맹 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앞으로 15년 안팎에 융성ㆍ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김정은이 15년 장기 구상에 대북제재 해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지원과 협력, 북미관계 개선 등 희망적인 전제조건을 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2035년까지 남북관계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15년의 장기 계획을 잡았는데요. 앞으로 15년 생존계획 안에 북미관계라든지 남북관계 등에 대한 희망적인 내용을 담았을까요? 안 담았습니다. 제가 북한의 전략가라면 당연히 담지 않습니다.

김 교수는 이른바 신냉전이라고 불리는 미중 경쟁구도의 심화가 북한의 입장을 굳히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바라봤습니다.

“둘 중 한쪽 진영과 밀착하면 자신의 정권과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미국을 중심으로 했던 UN 체제의 힘이 약화됐다”며 “북한은 명백히 진영화된 신냉전 구도 속에서 두 가지 선물을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남북 간 서로 자제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질 수 있다”며 경직된 상호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부터 평화의 노력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상범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남인식 및 정책의 변화, 국가제일주의 담론의 강조 등을 볼 때 상당기간 남북관계의 교착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군사적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 미래의 동아시아 안보 정세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킬 전략이라고 판단”하며 “당분간 대외관계보다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중장기적으로 북한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약화되고 중국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자신들의 핵개발이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우리 측의 시간 지평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상범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은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전제 아래 국가를 재정비해서 북미 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남한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당기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교착될 수밖에 없는 북한만의 논리가 있고 북한만의 내부 사정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단기적으로는 북미대화, 남북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한국의 총선, 미국의 대선이 열리는 2024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습니다.

이와 함께 양 총장은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과거 미국 클린턴 정부 시절 진행된 페리프로세스와 같은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리프로세스는 클린턴 정부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의 대북제재 해제,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 중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포괄적 북핵 해결 방안을 담은 보고서로 1999년 10월 발표됐다가 2000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며 폐기됐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의 감소와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교환해서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기본 골격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생각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을 잘 설득해서 페리프로세스2.0과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밖에 양 총장은 “향후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한 이후 군축협상으로 협상의 성격을 변경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군축 협상은 상대방이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하기에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 총장은 주한미군의 감축,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내세우는 북한의 핵군축 협상은 우리에게는 최악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거부를 분명히 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협상 동력을 계속해서 살려나갈 것을 제언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