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회 소집 원칙’ 국군포로대책위, 2년간 열리지 않아

서울-한도형 hando@rfa.org
2023.11.06
‘연 2회 소집 원칙’ 국군포로대책위, 2년간 열리지 않아 한국전쟁 때 북한에 잡혔다가 탈북한 국군 포로 김성태 씨. 사진은 지난 5월 북한 상대 재판 승소 소감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2회 소집을 원칙으로 하는 한국의 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원회가 지난 2년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올해 남은 시일에 대책위를 열고 국군포로송환법 개정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6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원회를 지난 2년간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원회는 국군포로 종합대책 수립, 관계 행정기관 간 원활한 협조체제 유지 등 국군포로 문제 해결과 관련한 주요 사안들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발족되었습니다.

 

대책위 운영 방침을 명시한국군포로 송환 등에 관한 업무운영규정에 따르면 대책위 정기회의는 매년 상ㆍ하반기 각 1회 소집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한국 국방부가 태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책위는 2014년부터 2023년 사이 3차례, 2014 2 13, 2020 7 1, 2021 11 17일에만 열렸습니다.

 

국방부는 이날 그동안 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를 열지 않은 배경 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해당 대책위는 주요 상황 변화나 현안이 있을 경우 개최해왔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국군포로송환법개정 추진 등 당면한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 대책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설명대로 올해 남은 시일 중 대책위가 열리게 되면 2021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개최되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또국군포로 관련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귀환포로 예우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방부가 이날 언급한 국군포로송환법 개정안(‘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이 취임 전 국회의원이던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 법안은 국군포로 및 가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대위변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위변제란 본래 북한이 내야 하는 배상금을 정부가 피해자 측에 먼저 지급하고 추후 정부가 북한에 이를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2020 7월 국군포로 한재복 씨, 지난 5월 국군포로 김성태 씨 등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각 승소했지만 정작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을지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한 씨는 올해 2, 김 씨는 지난달 별세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국군포로 사안을 다뤄온 민간단체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국군포로에 대한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동안 현안이 없어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국군포로 어르신들은 지금도 계속 돌아가시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박 이사장은국군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상금을 못 받고 있어 정부 선지급 이후 구상권 청구를 대안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고국군포로 사망 후 예우 문제, 국군포로 실태조사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여러 가지 국군포로에 관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안이 없다 또는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책위원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직무유기입니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보였지만 정부 실무자들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조속히 대책위를 재개해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나타낼 것을 촉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8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국군포로 해결 의지를 천명했으며 지난해 5월 취임식에는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탈북 국군포로 유영복, 김성태, 이규일 씨 등 3명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별세했습니다. 손명화 대표의 말입니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 대통령이 하겠다고 하면 정부가 움직여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부는 밑의 실무자들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실무자와 정부가 대통령한테 의지는 보여야 되지 않느냐 저는 그 의견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한편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후 한국에 자력으로 귀환한 국군포로는 총 80명인데 지난달 김성태 씨가 별세하며 생존자는 10명으로 줄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최소 5만 명의 한국군 포로들을 돌려보내지 않았고 이 중 약 500명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