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북 총영사관 외교일꾼 가족들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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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지난 25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고려항공 편으로 귀국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 소속 외교일꾼 가족도포함된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6일 세계적인 악성 전염병 전파 상황이 완화되는 것과 관련하여 방역 등급을 조정하기로 했다며 부분적인 국경 개방을 언급한 북한 당국이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고려항공 편으로 코로나를 이유로 그동안 귀국을 허용하지 않았던 외화벌이 노동자들을 속속 귀국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첫 고려항공편을 통해 귀국한 북한 주민들 중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 외교일꾼들의 가족도 포함되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지난 25일 오후 평양에서 온 고려항공 여객기가 러시아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을 싣고 돌아갔다”며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 소속 직원 4명의 가족들도 같이 귀국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에 3년 넘게 남편이 없는 가족 4세대(가구)가 있었다”며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20년 1~2월 사이에 남편들이 연간 총화 혹은 사업보고를 위해 평양에 갔다가 코로나로 국경이 차단되면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소식통은 “8월 중순 어느 날 네 가족에게 평양에서 비행기가 오니 귀국할 준비를 갖추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3년 넘게 남편이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려온 가족들은 귀국하라는 당국의 지시에 무척 낙담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보통 러시아에 나와 있던 외교관이나 무역일꾼이 귀국할 때 빈 꼰테나(컨테이너)를 구입해 쓰던 살림살이를 비롯한 사소한 물건이라도 다 가지고 간다”며 “작은 물건이라도 돈을 주고 산 거라 아깝거니와 조선(북한)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도 많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외국에 몇 년 살다 보니 짐이 꽤 되었지만 남편없이 어린 자식만 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짐을 꾸릴 방도를 찾지 못해 속을 앓았다”며 “결국 네 가족 모두 여행용 가방(캐리어) 몇 개에 옷을 비롯해 꼭 필요한 물품만 넣어 가지고 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6월 초 남편 없이 블라디보스토크에 혼자 있던 한 여성(무역일꾼 아내)이 아들을 데리고 도주했다가 체포된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남편 없는 가족들이 외출에 지장을 받았다”며 “귀국을 앞두고 위생방역 조치를 지킨다며 일주일 간 격리 생활을 했는데 사실은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또 다른 블라디보스토크의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8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 온 첫 고려항공 편으로 북한 총영사관 직원 가족도 일부 귀국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들은 악성 전염병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남편이 평양에 갔다가 국경이 막히는 바람에 다시 오지 못해 블라디보스토크에 혼자 남겨진 가족들”이라며 “총 네 가족인 이들은 국경이 열려 남편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남편 없이 지내는 동안 남은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남편이 없다 보니 외화로 지불되는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에 온 이후 남편들이 400~50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았지만 남편이 평양에 있는 몇 년간 이들 가족에게 한달에 50달러의 돈만 지급되었고 그 마저도 올해 2023년에는 1달러도 지급되지 않아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 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에서 가족이 같이 외국에 나오는 게 쉽지 않은데 이들 네 가족은 운도 정말 나쁜 것 같다”며 “이들이 남편 없이 외지에서 고생을 했지만 외화벌이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귀국해 한 달 동안 조직사상생활 정형에 대한 검열 총화(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