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일본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밀리에 북한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미일 동맹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새로 취임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일본은 여전히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3일 일본 매체 닛케이 아시아와의 회견에서 “수십 년 전 납치된 일본 국민의 귀환을 위해 북한과 정상회담을 모색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과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신임 외무상이 북일 정상 간 만남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주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겁니다.
최근들어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운을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5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총비서와 만나고 싶다며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 :저는 조건을 달지 않고 언제라도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결심을 하고 있고, 전력을 다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양국 관계자들이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동남아시아에서 비밀리에 접촉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기시다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전달했고, 북한 참석자들은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양국 간 입장 차 등으로 협상은 정체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납북자 가족 단체 측은 2일, 북일 만남에 대한 보도 후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변동 사항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북한과 일본 간) 중간급 관계자들의 만남이 있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북중러 연합에 맞서 최근 한미일이 동맹을 강화하며 대립 구조가 한층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전문가들은 한미일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유키 타츠미 미 스팀슨센터 일본 국장은 3일 RFA에 “일본의 우선순위 역시 북한의 비핵화”라며, 기시다 총리는 납북자 가족들을 위해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고자 하며, 정상회담을 통해 납북자 문제 협상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 랜드 연구소의 일본 안보·외교 전문가 제프리 호넝(Jeffrey Hornung) 박사도 이날 RFA에 납북자 문제와 북한의 안보 위협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호넝 박사 :일본의 대북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납북자, 핵 억제, 미사일 문제 입니다. 최근 일본이 북한에 따로 접근하는 목표는 납북자 문제 해결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납북자 문제는 북일 양국의 사안이고, 나머지 두가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일 3국이 긴밀히 공조하고 있습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인도태평양 안보구상(IPSI) 로렌 길버트 부책임자는 RFA에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면서 총리와 외무상 등이 직접적으로 북한에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길버트 부책임자 :먼저 납북자 문제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직접적으로 북한과 더 많은 외교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적대적 행동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이날 RFA에 기시다 정부는 북한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한다면서, “획기적인 결과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김정은 정권에 의한 지속적이고 증가하는 위협에 대처해 어떤 가능성도 놓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이날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나가는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논평 요청에 국무부 “논평할 것이 없다(No comment)” 라고 답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