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북한군 “러시아군 물건 훔쳐” 자아비판

워싱턴-조진우 choj@rfa.org
2025.01.08
파병 북한군 “러시아군 물건 훔쳐” 자아비판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 인포’가 북한군이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것이라며 공개한 러시아군 신분증.
/이보케이션 인포

앵커: 파병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물건을 훔쳤다고 고백한 내용과 위조 신분증을 소지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포로로 잡힌 러시아군 병사는 북한 병사들과 의사소통 문제를 겪었다고 증언했습니다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SOF)는 8일 사회연결망서비스 텔레그램에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한 북한군 정경홍이 생전 지니고 있던 수첩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파란 볼펜으로 휘갈겨 적은 이 글은 해당 수첩에서 나온 두 번째 범죄 고백으로이 북한 병사가 자신의 비위 행위를 상세히 기록해 놓은 것이라고 SOF는 전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SOF는 세 차례에 걸쳐 정경홍’ 이름이 적힌 신분증과 시신 사진일기수첩 내용 중 일부를 차례로 공개하며 이 병사가 과거에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로 당국에 의해 러시아로 파병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월생활총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로부터 조국의 명예를 지키고 북한 특수부대의 용맹함을 보여주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러시아 군인들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했다고 SOF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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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공개한 북한 군인 정경홍의 ‘월생활총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군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위조 신분증을 지급했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이보케이션 인포’(Evocation.info)는 이날 텔레그램에 “1월 초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 병사들의 유류품에서 신분을 은폐하기 위한 문서를 발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문서는 러시아군 신분증으로가짜 신원이 기록됐다고 이보케이션 인포는 전했습니다.

 

이보케이션 인포는 이들 중 최소 4명의 북한 병사들은 러시아군에서 지휘관급에 발급되는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다며 해당 신분증에 사진은 없으며신분을 속이기 위한 가짜 이름과 러시아 제55산악차량화소총여단의 도장이 찍혀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소개하는 국제온라인 채널(통로) ‘인폼네이팜’(InformNaplam)도 이날 텔레그램에 이 신분증을 공개하며 러시아군이 북한 병사들의 신분을 은폐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신분증이 부대 기록에 북한 병사를 기록하거나검문소 통과 및 물자 수령 시 신원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한사망한 북한 병사의 시신을 북한으로 송환할 경우 실명 확인을 위한 내부 기록용일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인폼네이팜은 북한 병사들의 가족이 러시아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들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를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해 소개했습니다.

 

이와 같은 조치로 북한 정권이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신원을 은폐하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지난 달 말 SOF도 쿠르스크에서 사살한 파병 북한군 유류품에서 투바인으로 위장한 위조 신분증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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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사와 북한 병사들간 의사소통 문제로 전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인폼네이팜이 지난 5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쿠르스크에서 전투 중 포로로 잡힌 러시아 해병여단 810여단 소속 마심 쿠즈미초프는 북한군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마심 쿠즈미초프] 북한 병사들은 1216일에 도착했습니다솔직히 처음에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러시아에 북한 병사들이 올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다른 병사들도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북한 병사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고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했고그들에게 암호 같은 말을 해야만 했습니다만약 암호를 모르면 그들은 그냥 아무나 쏴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군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전투에서 철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심 쿠즈미초프] 북한 병사들은 3시간 동안 전투를 했지만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결국 그들은 4일째 되는 날 철수했습니다사망자가 많았고그들을 지휘하는 누군가가 철수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부상자와 사망자들이 많아 결국 전투를 이어가지 못하고 철수한 것입니다.

 

인폼네이판은 북한 병사들이 지역 병원에서 러시아 병사들보다 더 나은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는 북한군이 단순히 소모품이 아닌 전투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되고 있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번 기사에 언급된 수첩과 위조 신분증러시아군 인터뷰 내용의 진위를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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