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파병군, 병력부족 겪는 푸틴의 구세주”
2024.11.08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 전문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마침 등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 병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북한 군이 추가로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ISW)는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해 온 미국 전쟁 연구 기관입니다.
최근에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대한 분석도 발표하고 있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6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카트리나 스테파넨코 ISW 러시아 담당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스테파넨코 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내적으로 동원령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앞으로도 추가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북한군 파병이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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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테파넨코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기자] 러시아가 북한 군을 우크라이나에게 뺏긴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했는데요. 동부 전선이 아닌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한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스테파넨코 연구원]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경은 약 1,000km에 달합니다. 이러한 넓은 구간을 충분한 장비와 인력없이 방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르스크를 우크라이나에게 일부 넘겨줬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군 동원령을 선포하지 않고 병력을 유지하려고 하고지만, 현재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병력을 철수해 자국 영토를 방어하고 미래의 침공에 대비하는 대신, 방어하기 위해 북한에서 병력을 끌어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원령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남성을 데려오는 대신 북한의 지원을 받기로 한 겁니다.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가요?
[스테파넨코 연구원] 푸틴 대통령이 자원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여러 증거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는 자원병들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초기에 20만 루블에서 현재 200만 루블(미화 약 2만 달러)로 인상했습니다. 합치면 1년에 약 5만불 정도를 제공하게 되는데요. 연봉 2만 달러 정도인 러시아 일반인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금액입니다. 또한, 러시아의 각 지역 정부들은 국방부에 병력 모집 할당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러시아가 자원병 모집에 대한 장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원병들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현재의 자원병으로만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은 왜 동원령을 회피하고 있는 걸까요?
[스테파넨코 연구원]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을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그는 1979년부터 시작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국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소련 붕괴까지 이어졌던 교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련은 많은 징집병을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투입했는데, 이에 반발하는 러시아 어머니들의 시위가 이어지며 소련 사회에서 상당한 파장이 있었습니다.
또한, 푸틴은 1990년대 일어난 체첸 전쟁 당시에도 반발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어머니들이 아들들을 전투에 징집하는 것에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따라서 그에게 러시아 남성들을 비자발적으로 전투에 투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동원령을 내린다면 큰 반발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의 지원을 받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기자]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대는 11군단, 폭풍부대로 알려져 있는데, 러시아에서 북한 병력의 역할은 어떻게 보십니까?
[스테파넨코 연구원] 현재 러시아의 모든 군인은 거의 보병으로 취급되며, 정예 부대들도 보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병력은 자체 탱크나 장갑차 없이 러시아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장갑차나 탱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북한 병력은 보병 형태로 소규모 공격에 투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는 특수부대로 알려진 북한 병력에 특수 부대 역할을 부여해 자국 병력의 개입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러시아 보병들과 마찬가지로 소모전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프리카, 유럽, 중국 등 다른 국가 출신의 외국 용병들이 소모전에 활용된 것을 볼 때 비슷한 양상으로 북한 병력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자]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서 러시아 군의 통신을 가로채 북한군 30명 당 통역사 1명을 배치한다는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전투에서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러시아군과 북한군 간의 의사소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스테파넨코 연구원] 현재도 북한군 투입을 제외하고 러시아군 내부에서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전선에서 부대 간에 소통이 잘 안되고, 특정 부대 간 지휘 체계에서 구멍이 발생하는 문제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군이 추가로 투입된다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러시아에서 외국인 용병과의 통합 과정에서 통신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언어 장벽뿐만 아니라, 러시아군 자체가 전장에서 다층적인 소통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소통 문제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북한 병력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투입 가능성이 있나요? 그리고, 북한 병력이 러시아 국경지역에서 방어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침투해 공격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스테파넨코 연구원] 푸틴 대통령은 북한 병력을 일회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군 동원령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이 추가 병력을 파이프라인처럼 꾸준히 제공하는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작전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북한군을 전투에 투입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매달 3만 명의 병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 병력을 통해 이를 충당하려고 할 것입니다.
에디터 김소영,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