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방북 러 관광객 881명…기대 못 미쳐

0:00 / 0:00

앵커: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이 총 881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이후 지난해 4년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하며 러시아인들의 북한 관광 붐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지난 4일 지난 2024년 한해 러시아인들의 외국 방문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인은 총 2,008명입니다.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한 러시아인은 881명, 북한을 오가는 항공기, 기차 등 교통수단 운영을 위해 방문한 러시아인은 701명, 개인적 목적 방문은 247명, 업무 목적은 174명 순이었습니다.

지난해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인 수가 881명인 것은 코로나 전인 2019년 406명, 2018년 391명, 2017년 209명에 비해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 방역조치를 해제한 이후 지난해 4년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수천명 이상의 러시아 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북 추운 날씨도 바다 수영 원하는 러시아 관광객들에겐 별로

지난해 2월 9일 러시아 관광객 97명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북한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하며 러시아인들의 북한 관광이 재개됐습니다.

이후 러시아 여행사들은 러시아 정부의 후원 하에 다양한 북한 관광 상품을 소개하며 러시아 관광객들의 북한 방문을 위한 홍보에 적극 나섰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4년만에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 두만강역을 주3회에 오가는 정기여객 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더 많은 러시아 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의 지난해 출입국 기록에 기초한 러시아 연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실제로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88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숫자는 지난해 관광 목적으로 튀르키에에 방문한 러시아인이 802,418명, 아랍에미리트(UAE)에 484,277명, 중국에 302,449명, 태국에 296,247명, 이집트에 233,688명이었던 것을 볼 때 북한이 러시아인들에게 관광지로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관련 기사 러 관광객 "통제∙검열 삼엄…텅 빈 평양 거리 비현실적" "러시아인에 인기 없는 북한 관광에 위기감"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인들에게 북한은 신비스러운 나라, 가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 때문에 북한을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북한은 관광 목적을 위해 가기가 그렇게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란코프 교수] 이유는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매우 엄격한 감시입니다. 북한에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투숙한 여관, 호텔에서 나가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항상 북한 담당자들이 따라 다닙니다. 러시아 관광객들이 북한을 다녀온 후 호텔도 좋고 안내원들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자유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추운 날씨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 태국, 이집트 등으로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이유가 저렴하고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을만큼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이 해외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러시아 관광객들은 날씨가 좋아 수영할 수 있는 바다로 가고 싶어합니다. 북한은 7월, 8월에는 괜찮지만 그 외에는 바다에서 수영하기에는 춥습니다. 러시아 보다는 따뜻하지만 열대 지역이 아닙니다.

북한 단체관광 나선 러시아인들
북한 단체관광 나선 러시아인들. 북한 단체관광 나선 러시아인들 (연합뉴스)

지난해 튀르키예 방문 러시아 관광객은 80만명

그는 러시아인 대다수가 우랄 산맥 서쪽의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사는데 이들이 북한으로 가는 교통이 불편한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 태국, 이집트 등은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매일 가는 비행기가 있는데 모스크바에서 북한에 블라디보스크 까지 약 7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북한행 비행기를 갈아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고 하산 역까지 가서 북한행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거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 이는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에게는 관광을 위해 가기에는 불편한 길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지난해 12월부터 정기운행을 재개한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 두만강역 간 여객 열차는 연해주 지역 내 주민들에게는 북한 관광을 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다른 지역 사람들에는 그렇지 않다는 게 란코프 교수의 평가입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을 비행기로 방문한 러시아인은 1,381명이고 기차로 방문한 사람은 613명이었습니다. 전년도 각각 408명, 136명에 비해 늘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