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과 영국 관계가 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됩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리시 수낵 총리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른바 '다우닝가 합의'를 채택합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영국 런던에 도착해 3박 4일 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간 윤석열 한국 대통령.
지난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초청한 첫 국빈입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2일 다우닝가(街) 10번지에 있는 관저에서 리시 수낵(Rishi Sunak) 영국 총리를 만나 이른바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합니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간 미래 협력 방안을 담은 이 합의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 공동의 입장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태평양 및 중동지역 정세 등 세계적인 현안 대응에 대한 공동 의지를 밝히는 내용을 담습니다.
양국은 특히 방산 분야 협력을 발전시키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 강화에 힘을 싣는 등 국방·안보·방위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합니다.
한영 합동 훈련을 확대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 순찰 추진 등 국방·안보 분야 협력도 증진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실은 한영 관계가 기존의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며, 이는 양국이 140년 간 다져온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양국 미래세대를 위해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일 영국 국빈 방문 첫 일정으로 런던에서 동포들을 만나, 양국이 특히 군사·안보 분야에서 긴 협력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사이버 안보와 방위 산업 등에서의 협력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해방 후 영국은 공산 세력의 침공에 맞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는 데에도 앞장섰습니다. 1950년 북한의 불법적인 기습 남침으로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였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했습니다.
영국 총리실도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가 인도·태평양 핵심 파트너인 한영 관계를 재정립할 ‘주요 장기 합의’(A major long-term agreement)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우닝가 합의’로 양국 관계가 깊어지고, 기술·국방·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방위 협력과 인도·태평양 안보 강화가 이번 국빈 방문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이 유엔 안보리 승인 아래 영국 선박들과 함께 제재 순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입니다.
영국 총리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불법 밀수업자들에게 의존하고 있고, 제재의 상당 부분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수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한영 간의 이번 해양 공동 순찰 활동은 양국이 함께 시행하는 첫 대북 제재 집행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향후 미국과 다른 동맹들이 참여하는 다자적인 제재 작전을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사이버 분야에서의 협력 관계가 양국이 악의적 행위자를 감지·파괴하는 능력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미군 병사의 무단 월북으로 중단된 판문점 견학이 부분적으로 재개됩니다.
한국 통일부는 오는 22일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 중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특별견학을 부분적으로 재개한다며, 이번 견학에는 정책자문위원과 통일교육위원, 탈북민 등 20여 명이 참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견학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협의를 주한유엔군사령부 측과 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입니다.
이번 견학 재개는 지난 7월 미군 병사가 판문점 견학 중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해 유엔사가 견학을 전면 중단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