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 초대 신의주 행정장관, 싱가포르서 ‘암호화폐 사기’ 기소

0:00 / 0:00

앵커 :'김정일의 양아들'이라 불리며 초대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에 임명됐던 네덜란드 화교 양빈이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하다 사기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빈]김정일 장군은 훌륭한 정치인이며 국제정치에 민감합니다. 첨단 기술과 전자 제품의 개발로 인터넷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2002년 신의주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으로 임명됐을 당시 자신을 김정일의 수양아들이라고 소개한 양빈.

지난달 17일 양빈은 암호화폐 사기 혐의 등 12개의 혐의로 연루돼 싱가포르 당국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싱가포르 경찰은 당시 A&A 블록체인 기술혁신 유한회사(A&A Blockchain Technology Innovation) 이사회 의장이었던 양씨를 중국인인 루황빈(59) 최고경영자(CEO), 왕싱훙(40) 최고기술책임자(CTO), 천웨이(42) 이사와 함께 180만 달러가 넘는 사기 공모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021년 양빈이 설립한 A&A 블록체인은 2022년 2월까지 싱가포르에서‘AAEX’로 알려진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했는데, 싱가포르 통화청이 발급한 자국 내 결제 서비스 제공 허가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이들은 암호화폐 채굴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에게 일일 고정 수익률 0.5%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암호화폐 채굴 기계를 보유하지 않았고, 심지어 12명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허가 없이 블록체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거짓 홍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겁니다.

양빈2.jpeg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이었던 양빈(楊斌)이 2018년 9월 비밀리에 대만을 방문해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북한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최측근이었던 류타이잉(劉泰英) 전 중화개발금융공사 이사장(왼쪽 2번째),과 양빈(왼쪽 3번째)[대만 EBC 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싱가포르 일간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에 따르면 양빈에 대한 재판은 7일 열릴 예정입니다.

다만, 이번 양빈의 사기 연루 사건과 관련해 북한과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 경찰은 지난 5일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과의 연관성이 밝혀진 게 있느냐는 전자우편 문의에 (6일까지)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화교 출신인 양빈은 1990년 어우야 그룹을 설립해 중국 제2 갑부의 위치까지 올랐으며, 2002년 9월 북한이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공식 지정하면서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됐습니다.

당시 신의주를 공업, 과학기술, 관광, 금융, 경제, 무역의 중심지로 개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장관 임명 사실이 발표된지 일주일 만에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탈세 혐의를 받고 구속됐고, 18년 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14년만인 2016년 출소했습니다.

그동안 자취를 감추다 2018년 16년만에 대만 타이페이에서 대만 경제계ㆍ금융계 인사들을 비밀리에 만나면서 다시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