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통일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폐기하는 대신 개방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넘어야할 벽, 이루어야 할 꿈: 남북관계의 새로운 도전과 통일 전략의 비전’ 학술회의.
발제에 나선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윤석열 한국 정부가 새로운 통일관을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일방적 독백에 그칠 공산이 큰 거창한 제안을 하기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해석개정을 통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2.0’ 등의 제안으로 통일논의를 이어나가는 탄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발표 당시 250회에 걸친 세미나, 간담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었다”며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발표 당시 전 국민적 합의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4년 8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표한 것으로 자주ㆍ평화ㆍ민주 3원칙 아래 ‘화해ㆍ협력’,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 1민족 1국가의 통일국가 완성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나온 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보완 필요성을 제기하며 새로운 통일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 교수는 다만 “남북한이 사실상 두 국가 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단일국가로 남북한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방향은 아니다”라며 단일국가 외에도 연합국가, 연방국가 등 다양한 미래상이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는 “국제법상 자결권 행사 측면에서 봐도 남북한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단일국가 외 연합국가, 연방국가를 완성된 통일국가 형태로 결정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연합국가, 연방국가 등으로 좀 경로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음을 논의하고 이에 따라서 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방향, 전략들로 새롭게 수립하는 논의들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통일 문제의 주체로 ‘개인’이 본격 출현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국지표조사 2022년 7월 2주차 결과에 따르면, 남북한의 미래상에 대해 응답자의 52%는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를 제시했고, ‘통일된 단일국가’로 답한 비율은 18%에 그쳤습니다. 또 ‘현재와 같은 2국가’, ‘1국가 2체제’를 선호하는 비율도 전 연령대에 걸쳐 22%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정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시민들이 “국가와 민족 단위로 통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입장에서 통일을 고려”함을 나타내는 것이며, “한반도에서 ‘개인’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미래, 그러면서도 지금과 같은 2국가 분단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된 상태를 선호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다양한 통일국가 형태와,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가 확장되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자유로운 왕래라고 하는 것은 각 개인이 하는 것이죠. 개인의 자유가 확장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통일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방향들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점들을 찾아야 되겠죠.
‘북한의 핵 능력과 전략’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태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무기 실전배치와 실전사용에 비중을 두며 ‘선제적 핵사용’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미국을 상대로 하는 핵 게임에서 ‘공포의 균형’을 달성하기 어렵고, 이에 한국을 직접 겨냥한 ‘핵 인질화’를 시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북한이 실제 핵사용의 문턱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위력이 작은 전술핵무기도 핵무기이며, 무엇보다 공간이 협소한 한반도에서의 핵 사용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토론에 나선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이 “한국을 대상으로 저위력 핵 타격능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미국에 대한 ‘공포의 균형’ 목표 달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저위력 핵전략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포병전력이 저위력 전술핵으로 한국을 선제공격할 경우 핵 오염으로 인해 북한군의 전선 돌파가 제한”되며 “저위력 핵미사일을 통해 제한전 수행을 목표로 하더라도 대규모 민간인 피해 발생 등으로 인해 전면전으로의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또 “한국은 전장 규모가 좁아 전술핵과 전략핵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며 저위력 핵을 사용하는 북한의 핵전략은 결국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 한국군의 최대치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