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새해 맞아 영예군인·노병 특별 우대

앵커: 북한 양강도 당국이 송년 행사와 새해맞이 행사에 일부 영예군인과 인민군 노병들을 우선적으로 초대했습니다. 이들에겐 특별히 명절 공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를 맞는 북한 양강도 당국이 영예(재향)군인들과 인민군 노병들을 위한 송년 행사를 따로 조직하고 새해맞이 행사에도 영예군인과 노병들을 먼저 초대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이들에겐 식량과 식료품 공급도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양강도당에서 영예군인과 인민군 노병들을 위해 특별히 송년 행사를 조직했다”며 “송년 행사에 참가한 영예군인과 노병들이 ‘오랜만에 사람다운 대접을 받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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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가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앞에서 제5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8년 7월 26일 보도했다. /연합

소식통은 “(지난해) 31일 오후 5시부터 혜산 학생소년회관에서 영예군인과 인민군 노병들을 위한 송년 행사로 학생소년들의 기념 공연이 진행되었다”며 “양강도당 조직비서가 직접 영예군인과 노병들을 안내해 소년회관에서 공연을 관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연 후 참가자들은 혜산혁명전적지 답사사업소의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압록각으로 향했다”며 “압록각은 양강도에서 제일 유명한 국수집으로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압록각에서 이들은 대동강맥주와 혜산둘쭉가공공장에서 만든 발효주(들쭉와인)를 대접받고 돼지고기 국밥을 먹었다”며 “인민군창건절과 전승기념일에는 영예군인과 노병들을 초청해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꽤나 품을 들였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양강도당이 조직한 2025년 설 맞이 행사에도 영예군인과 인민군 노병들이 우선적으로 초대되었다”며 “영예군인과 노병들은 설날 아침 6시까지 도당 청사에 모였다가 7시에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드리는 행사에 참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드린 후 이들은 오전 9시부터 김정숙예술극장에서 진행하는 ‘설 맞이 공연’에 초대되었다”며 “이후 역전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 2시부터 혜산영화관에서 처음 상영되는 예술영화 ‘하루 낮, 하루 밤’을 관람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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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양강도 상업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새해를 앞두고 중앙에서 영예군인과 인민군 노병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세울 것을 지시했다”며 “그래서인지 올해는 도당에서 영예군인과 인민군 노병들을 위한 명절 공급 물자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31일 사이에 영예군인과 노병 가족들에게 입쌀 5kg, 감자가루 10kg의 식량공급이 있었다”며 “송년 행사에 참가한 영예군인과 노병들에겐 혜산즉석국수공장에서 시제품으로 생산한 즉석국수(라면) 6개와 혜산기초식품공장에서 생산한 소주 한병, 식용유 한병, 세면도구 세트를 명절 선물로 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이러한 혜택들은 모두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영예군인과 일부 노병들에게만 차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시 외에 양강도의 다른 시, 군에 살고 있는 영예군인과 노병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면서 “혜산시에 살고 있는 인민군 노병들 중에서 전승 70돌 기념 훈장을 받은 사람만 송년 행사에 초청되고 명절 공급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영예군인과 노병들 속에서 차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명절 물자가 넉넉치 못해 도당에서도 어쩔 수 없이 영예군인과 노병들을 차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영예군인과 인민군 노병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세울 데 대한 최근 중앙의 지시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했던 일부 군인들이 전사해 가족들에게 전사증이 하달되었다는 소식이 얼마 전부터 사회 여러 곳에서 전해지고 있다”며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사회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중앙에서 영예군인과 노병들을 내세우려는 것 같다”며 “중앙에서 직접 영예군인과 노병들에게 명절 공급을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방 당 조직들에 맡기다 보니 차별 논란만 거세지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