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북, 워싱턴선언에 당혹”
2023.05.24
앵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유성옥 이사장은 북한이 워싱턴선언을 보고 그들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초래된 데 대해 당혹감을 가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24일 국회에서 개최한 ‘한미ㆍ한일ㆍ한미일 연쇄 정상회담 평가와 과제’ 토론회.
토론에 나선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유성옥 이사장은 “북한이 강력한 대북 응징 의지를 담은 워싱턴선언을 보고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갖고 위축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이은 고강도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문재인 전 정부에 통했던 대남 압박 방식을 진행했지만 워싱턴선언을 계기로 자신들의 대남 압박 방식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 이사장은 또 북한 정권이 힘센 자에게는 꼼짝 못하면서도 약한 자에게는 아주 강한 조폭 집단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핵 공갈을 통해 한국 정부의 유화적인 자세를 이끌어내고 한국을 핵 인질화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워싱턴선언은 이러한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이사장: 저는 굉장히 북한이 당혹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분명히 위협하고 협박을 하면 지난 정부처럼 꼼짝 못하고 기어들어올 것이라고 판단을 했던 거죠. 그런데 워싱턴선언을 보니까 잘못하면 우리 정권도 붕괴될 수 있구나 하는 당혹함을 지금 갖고 있습니다.
유 이사장은 향후 북한이 한미의 워싱턴선언 후속조치를 예의주시하면서 전략무기 고도화ㆍ신무기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1호기는 오는 7월 27일 전승절을 계기로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신무기는 핵어뢰 ‘해일’ 수중폭파시험과 같이 과장해 공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 이사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은 중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해 북중 밀월관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봤으며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장비ㆍ인력 동원 장면을 의도적으로 노출해 한미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힘에는 힘, 심리전에는 심리전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원칙을 남북관계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김정은 체제를 흔들기 위한 전방위 대북심리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워싱턴선언에도 불구하고 핵질주에 속도를 낼 경우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조건부로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고 호주,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 보유를 추진하는 ‘신 워싱턴선언’을 대안으로 준비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범철 한국 국방부 차관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이 확장억제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바이든 미국 정부도 윤석열 한국 정부의 동맹 정책에 대해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범철 한국 국방부 차관: 과연 미국의 태도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을 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으로 설득을 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윤석열 정부의 동맹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우리가 Nuclear Consultative Group, 핵협의그룹을 만들게 된 것이죠.
신 차관은 기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는 확장억제의 실질적인 운용 부문에 있어 세부적인 내용까지 들어가기에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고 신설될 핵협의그룹에서는 공동 연습, 핵우산 전개, 군사정보 공유 등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신 차관은 또 “워싱턴선언은 한미 정상 차원에서 확장억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역대 최초의 선언문”이라고 강조했고 오하이오급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를 통해 확장억제력이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상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또 다른 토론자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미 핵협의그룹 신설에 대해 억제의 세 가지 요소인 ‘소통, 신뢰, 능력’ 가운데 ‘소통’과 ‘신뢰’ 부분에서는 상당한 의미와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효적인 억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등 ‘능력’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채워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