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협상 ‘핵 동결’목표로 일단 시작?
2024.11.07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미북 핵 협상이 바로 시작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만약 협상이 이뤄진다면 ‘핵 동결’을 우선 목표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집권 시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세 차례 만났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현지시간으로 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향후 트럼프 당선인과 김 총비서의 정상회담이 재개될지 여부와 관련해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 상황이 다소 변했다”며 “바로 만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2019년 2월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 즉 하노이 노딜 이후 ‘제재 정면돌파’와 ‘자력갱생’을 선언하는 한편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하며 핵무기 수량을 상당히 늘려왔다는 것입니다.
다만 고 전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과거 경험이 있는 만큼 향후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경우 ‘빅딜’ 형태로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교환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방법은 “일단 미국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까지 동결 혹은 군축에 합의한 이후 양측이 관계를 풀어나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지금 현실적인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는 거죠. 북한을 가만히 두면 계속 미국을 위협할 만한 ICBM을 개발하고 핵 보유고를 늘리게 되면 핵 국가로 인정해야 되는 문제도 있고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으니까, 군축을 시켜놓고 동결을 시켜놓고 더 이상 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협상을 하고 관계를 풀어보려고 할 가능성도 있죠.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총비서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 재개에 관심은 있겠지만, 하노이 노딜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미국에 대한 불신도 있을 것”이라며 우선 쌍방 간 신뢰구축 노력이 진행된 이후 본격적인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 교수는 또 “과거처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같은 조건으로는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미북 협상이 “핵 군축, 핵 동결, 완전한 비핵화 등 단계적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할 필요는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는 아닌 만큼 이 부분을 어떻게 유연하게 조율하느냐가 미북 대화 재개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사전에 상당 수준의 신뢰를 쌓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첫 단계의 목표, 핵 동결과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로서 핵 군축이 본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 과정은 상당한 수준의 신뢰 구축을 전제로 한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가 있죠.
향후 미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이른바 ‘패싱’될 우려가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 고 전 원장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그동안 이념·가치 지향적으로 북한을 대응하는 방식을 취해온 한국 정부로서는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임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북 대화에 개입할 여지가 없겠지만, 미북 회담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는 ‘남북관계 단절’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북 관계를 일방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가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고 전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도 대중국 전략 차원 등에서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라며 “다소 방위비 증액이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주한미군 감축 등 현상 변경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한미동맹이 재구조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쟁 억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한미동맹의 기본 틀을 흔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가 7일 배포한 ‘트럼프 당선이 미치는 분야별 영향’ 보도자료에 따르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개인적 친분을 활용한 정상 중심의 대북 외교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철저히 견지하게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양자주의적 개인 외교는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생략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등 기존 협력을 통한 대북정책이 중국 견제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인지시켜 대북견제 정책을 유지하게끔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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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 간 북한 인권 문제 협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이며 북한 인권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얻는 정책”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