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들 “미 사병 자진월북은 북한에 호재…대미 지렛대 가능”
2023.07.19
앵커: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이 지난 19일 한국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자진 월북한 것에 대해 한국 내 탈북 외교관 출신 인사들은 북한 측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 외교관 출신 인사들은 주한 미군이 자진 월북한 사건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떡이 제발로 들어온 셈”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이번 사건이 짧은 기간 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 인사들은 북한 당국이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넘어 자진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을 대외, 대내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든 활용할 방안을 현재 모색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미 정책과 관련한 선택지가 상당히 많아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에 강력한 대미 외교 지렛대가 생겼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북한이 당분간은 (미군 병사에게) 잘 왔다고 하면서 대우를 잘 해줄 것입니다. (북한 내) 좋은 곳에 보내주는 등의 상황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미 병사 송환을 위한 작업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어요. (북한이) 미 병사를 하루빨리 보내겠다는 기조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상황을 보면서 미군 병사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계속해 나가지 않을까요?
이어 고 부원장은 북한이 트래비스 킹을 김정은 총비서 우상화를 위한 대내 선전에 활용하고 미국의 대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도 북한이 주한 미군 병사를 반드시 대미 정책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주한 미군 병사가 대미 지렛대로써 유효한 것은 미북협상이 재개되는 순간까지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사건만으로 미북 간의 해묵은 과제인 핵 문제를 풀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입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본론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북한의 미사일, 핵실험 등을 중단해야 회담이 진전됩니다. 그러니까 근본적인 문제에 들어가게 되면 전진할 수 없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사건은 (미북을 다시) 만나게 하는 매개체로는 작용할 수 있어도 거대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열고 중국 및 러시아 등과 교류를 재개할 경우를 대비해 그 때까지 월북 미군을 관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북한의 수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국제사회 및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을 위해 월북 미군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향후 어떤 행보를 할지 고민하고 있을 텐데, 여기에 월북 미군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상 중일 것”이라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무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미 협상 창구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건을 북한에 대한 호재로 평가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월북 미군 장병 관리 차원의 인력 및 비용에 대한 북한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태 의원은 19일 주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의 자진 월북 사건에 대한 논평을 통해 “월북 미군 장병의 존재는 북한에 장기적으로 골칫덩어리”라며 “월북 미군 장병이 생기면 전문 경호 및 감시팀, 통역관, 전용 차량 및 기사, 숙소 등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영국식 영어를 가르치는 북한이 이 장병을 영어 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낮게 전망했습니다.
이어 태 의원은 “북한은 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가 열리고 미 전략핵잠수함이 방한한 날에 미군의 체면을 구길 수 있는 호재를 만났다고 기뻐할 것”이라며 “북한이 북중 국경을 통해 밀입북한 미국인을 돌려보낸 예가 있지만 자진 월북 미군의 경우 적군에 자진 투항한 사건이라 돌려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