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핵 돌파구, 김정은 약속 이행에 달려”
2018.03.06
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북 특사를 통해 미국과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는 섣부른 기대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놓았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 전 미국 북핵대사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현 상황에서 미북대화가 열릴 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대사: 미북이 실제로 북핵 양자대화에 나설 것인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매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북 특사단의 보고 내용은 흥미롭고(interesting)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이를 기초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결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갈루치 대사는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미국측에서 누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낙마한 것으로 알려진 빅터 차 전 조지타운대 교수의 주한미국대사 임명을 지지해 왔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긍정적이라 평가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약속한 것을 실제로 지켜 나가야만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제안하는 등 2005년 9·19공동성명 당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합의한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It appears that KJU is prepared to discuss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with the U. S., during which North Korea will halt missile launches and nuclear tests. This is very positive. … very similar to the September 19, Joint Statement that committed North Korea to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for security assurances …This could be a break through if North Korea pursues what they promised to South Korea.)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을 지낸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올리 하이노넨(Olli Heinonen) 선임고문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언급에 지나치게 흥분하기 보다 북한의 제안이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이노넨 선임고문은 비핵화 협상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동결과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핵분열물질 생산 중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북한에 지나치게 많은 경제적 보상을 성급하게 제공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9·19공동성명의 경우처럼 합의 의무를 잘 준수하지 않고 핵무기 보유한 나라와 또 다시 부분적 검증만 가능한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합의와 이어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 등을 지속적으로 파기해 왔으며 11개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비핵화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북한의 ‘비핵화’ 발언은 환영하지만 북한은 ‘아무 조건 없이’ 비핵화를 해야 할 국제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불과 2주일 전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북한이 취소했습니다.
북한이 불과 두 주 전에 거부했던 미북 고위급 회담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 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정책연구소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로버트 매닝(Robert Manning)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북대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만으로 미북대화 재개의 충분한 조건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혹은 공화당 중진인 밥 코커 상원외교위원장을 특사로 보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실장을 지낸 존 메릴 박사도 북미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에서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사임하는 등 한반도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곧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 대북 특사단이 이번 기회가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는 점을 미국측에 이해시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